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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국방과 무기

정부 “우크라 지원 한계 없앨 것”…푸틴 ‘북 정밀무기 제공’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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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초정밀 무기’ 제공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23일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면 우리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서)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핵 관련 기술 이전은 물론,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한 장사정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같은 재래식 무기에 러시아의 정밀 유도 기술 등을 적용해 개량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이들 재래식 무기는 ‘서울 불바다’를 만들수 있는 만큼 정밀화할수록 위협적이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3일 KBS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면 우리가 더 이상 어떤 선이 있겠습니까. 국민 여론도 그럴 것이고”라며 “그런 부분은 러시아 측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푸틴은 지난 20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제공 재검토’ 발언에 대해 “북한에 대한 초정밀 무기 공급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어떤 무기를 제공할 것이냐는 살상 무기든, 비살상 무기든 굉장히 여러 단계의 조합을 만들 수 있다”며 “러시아가 앞으로 어떻게 응해 오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무기 지원의 조합이 달라질 것”이라고 응수했다.

러시아가 선을 넘을 경우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있는 무기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취지다.



용산 “우크라 제공무기 조합 달라질 것”… 러와 수싸움 나섰다



중동에서 ‘K방산’을 이끄는 중거리 지대공미사일 ‘천궁-Ⅱ’ 같은 최신예 방공무기는 물론 1~2m에 불과한 타격 오차 범위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등 한국이 보유한 정밀 무기로 맞대응하겠다는 뜻일 수 있다. 한국이 타협 불가한 ‘레드라인’(임계선)은 위성이나 핵추진잠수함 등 첨단 전략무기 기술 이전보다도 훨씬 가까운 곳에 그어져 있는 셈이다.

장 실장은 그러면서도 “러 측이 하기 나름”이라며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거나 제재받는 상황이 아니게 전쟁이 마무리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장 실장은 “북한이 통제가 안 되는 예측 불가능한 집단인데, (다양한) 지원을 해주면 러시아에 어떻게 나올지, 그 부분도 러시아가 고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현재로선 우크라이나전을 치르느라 여력이 없는 러시아가 선을 넘지 못하도록 단호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20일 즉각적으로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재검토’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이에 푸틴 역시 말로 응수했지만 초정밀 무기에 대한 추가적 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첨단 무기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자 군 안팎에선 북한의 기존 재래식 무기에 초정밀 관련 기술이 적용될지 주목한다. 러시아가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게임 체인저’급 첨단 무기를 지원하는 게 전 세계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인 것과는 별개로 남한을 노리는 다양한 재래식 무기 기술의 급진전이 한국 안보에 직격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600㎜ 초대형방사포(KN-25)로 이뤄진 북한의 ‘SRBM 3종 세트’에 러시아의 초정밀 유도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을 정부는 우려한다. 북한은 전술핵 탑재를 염두에 두고 대남용으로 3종 세트를 개발했다. 해당 미사일에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광학 유도 기술이 적용되면 정확도가 크게 높아진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러시아 이스칸데르는 디지털영상대조항법(DSMAC) 기술로 표적의 영상정보를 종말 단계에서 대조해 정확히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SRBM은 DSMAC 기술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위성항법체계 등을 통한 유도 기능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DSMAC가 적용되면 목표물 타격 오차 범위를 30~50m에서 10m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관련 기술이 순항미사일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목표 건물의 창문도 맞힐 수 있을 만큼 정밀성을 핵심으로 하는 순항미사일에 러시아 기술을 접목한다면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정밀 타격(surgical strike)’ 이 가능해진다. 북한이 러시아의 초정밀 유도 기술을 240㎜ 방사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해당 방사포는 “서울 불바다”를 위협할 때마다 꺼내는 북한 장사정포의 주력이다.

우크라이나와 장기전을 치르는 러시아 입장에선 이런 재래식 무기 기술을 전수해 북한을 ‘군수 공장화’하는 게 이득이라는 점에서 우려는 더 커진다. 동시에 북한은 보유 무기의 실전 능력을 검증하고 개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등 3축 체계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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