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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골프장서 눈맞은 연인 '한탕하자'…외제차 여성 납치·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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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빚 갚으려 40대 주부 죽이고 챙긴 돈은 410만원[사건속 오늘]

'부모가 이런 일 하라고 가르쳤나' 말에 살해…9일간 전국 도주극

뉴스1

2017년 7월 3일 오후 서울에서 검거된 창원 '골프연습장' 납치-살해 용의자 심천우(31, 왼쪽)·강정임(36·여)씨가 창원 서부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이들은 6월 24일 범행을 저지른 뒤 도주했다. 2017.7.3/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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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골프와 고급 외제 승용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부의 상징이었다.

당시 골프장 자체도 적었고 고급 외제 승용차는 오너 드라이버가 아닌 대부분 운전기사를 뒀기 때문이다. 이후 골프장 수가 상당 규모로 늘어난 데다 외제 승용차 진입 문턱도 낮아져 사회 초년생까지 접할 정도가 됐다.

'골프+고급 외제 차=부유층'이라는 공식을 믿고 한탕에 나선 연인과 '100만 원을 주겠다'는 말에 넘어가 그들을 도운 20대 친척은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러 지금도 하루하루를 뉘우치며 옥살이하고 있다.

◇ 엄마카드까지 사용한 아들, 카드 정지되자 골프장 캐디 시절 사귄 연인에게 '한탕' 제의

2017년 6월 24일 경남 창원시의 한 골프 연습장에서 A 씨(당시 47세)를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과 전자발찌 부착 명령 20년을 받은 심천우(1986년생)와 징역 15년 형을 받은 그의 연인 강정임(1981년생)은 사건 직후 신상이 공개됐다.

심천우를 도운 심의 6촌 동생 B(1988년생)는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심천우가 살인에 이르게 된 건 돈 때문.

모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으로 일했던 심은 개인사업을 하겠다며 2016년 골프장을 관둔 뒤 헤픈 씀씀이를 버리지 못해 카드로 진 빚이 2600만 원에 이르렀다.

이어 어머니 카드마저 마구 사용, 빚이 4000여만 원에 달했지만 이자를 못내 카드가 정지당했다.

그러자 심천우는 골프장에서 같이 캐디로 일하면서 눈이 맞아 사귄 연상의 연인 강정임에게 2017년 4월 '한탕해 빚도 갚고 사업 밑천을 마련하자'고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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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24일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발생한 '골프연습장 살해' 사건의 피의자 심천우(31)가 7월 7일 오전 11시쯤 경남 고성의 한 폐주유소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2017.7.7/뉴스1 ⓒ News1 강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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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 3명에게 범행 가담 제의, 퇴짜 맞자 놀고 있던 6촌 동생 "100만 원 주겠다" 끌어들여

애초 돈 많은 남성을 목표물로 삼았던 심천우는 강정임과 둘이서는 힘들다고 판단, 4월쯤 지인 3명에게 넌지시 제의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그러던 중 '일은 안 하고 놀고 있다'며 구박을 당하던 6촌 동생 B가 떠 올랐다.

심천우는 "망만 보고 운전만 좀 해주면 100만 원 주겠다"고 제의, 승낙을 받아냈다.

◇ 남성 골퍼 실패하자 고급 외제 차 타려던 40대 주부로 목표 변경

심천우는 '큰돈을 만지려면 남성을 납치해 위협해야 한다'고 생각, 2017년 6월 22일 오후 SUV 편으로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도착해 대상을 물색했다.

이때 그들의 눈에 고급 외제 차 트렁크에 골프채를 옮기고 있는 한 남성을 발견, SUV로 들이받은 뒤 납치할 생각으로 서둘러 그쪽으로 향했으나 그 남성이 차를 몰고 빨리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시도조차 못했다.

이에 심천우는 '아무래도 여성이 낫겠다'며 계획을 변경, 이틀 뒤인 6월 24일(토요일) 오후 2시 20분 무렵 골프장 지하 1층 주차장을 둘러보면서 동선을 파악했다.

이어 오후 5시 30분쯤 고급 외제 차를 몰고 주차장에 나타난 A 씨를 주목, 연습을 마치고 차 쪽으로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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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심천우(31)가 2017년 7월 7일 오전 9시부터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 News1 강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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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해 경남 고성으로…카드 비밀번호 알아내

심천우와 동생 B는 SUV를 A 씨 차에 바짝 들이댄 뒤 내려 A 씨를 강제로 자신들의 SUV 차량에 태웠다.
그사이 강정임은 A 씨의 승용차를 몰고 골프연습장을 빠져나갔다.

심천우는 합류 장소인 경남 고성군의 한 폐주유소까지 가는 도중 A 씨를 위협해 카드 2장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한편 A 씨 지갑에서 현금 10만 원을 강탈했다.

강정임은 A 씨 차량을 창원 시내 한 주차장에 버려둔 뒤 "나를 데려가라"는 전화를 심천우에게 했다.

◇ '부모가 이런 일 하라고 가르쳤냐'는 말에 흥분 살해…마대에 담아 진수대교 부근에 유기

심천우는 B가 강정임을 태우기 위해 창원으로 떠난 뒤 더 큰 돈을 뜯어내기 위해 A 씨를 위협했다.

그러자 A 씨는 "부모를 생각해 똑바로 살아라, 부모가 이런 일 하라고 가르쳤냐"며 타일렀다.

이 말을 들은 A 씨는 "왜 부모를 들먹이냐"며 격분, A 씨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때가 6월 24일 밤 10시 30분을 막 넘긴 시점이었다.

폐주유소로 온 강정임과 B는 심천우가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잡히지 않으려면 시신을 없애야 한다"고 모의해 A 씨 시신을 마대에 담은 뒤 오후 11시 30분쯤 진주시 진수대교 다리 밑에 버리고 광주광역시로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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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연습장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심천우(31)가 7일 오전 경남 진주시 진양호 진수대교 밑에 마대자루에 담긴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2017.7.7/뉴스1 ⓒ News1 강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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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 아내 돌아오지 않자 다음 날 새벽 경찰에 신고…카드 410만 원 인출 확인

A 씨 남편은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6월 25일 새벽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25일 오전 11시와 12시쯤 광주광역시에서 A 씨 명의의 카드로 현금 410만 원이 인출된 사실을 파악했다.

심천우는 보다 많은 돈을 찾아 도피자금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1시간도 채 못돼 현금인출을 잇달아 시도한 점을 이상하게 여겨 카드사가 거래정지를 시키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 위조 번호판 달고 도주했지만 6촌 동생 체포…김과 연인은 산으로 도주

범행을 앞두고 심천우는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가짜 번호판 2개를 준비했다.

심천우 일행은 가짜 번호판을 달고 광주를 거쳐 6월 26일 전남 순천으로 갔다. 순천에서 심천우는 미장원에 들러 머리를 짧게 깎았다. 만일을 위해 변장을 시도하기 위한 조처였다.

6월 26일 밤 다시 광주로 올라온 심천우 일행은 경남 창원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다가 27일 새벽 1시 30분쯤 경남 함안에서 검문에 나선 경찰 제지를 받았다.

심천우와 강정임은 잽싸게 차에서 내려 인근 산으로 달아난 반면 운전을 하던 B는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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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골프장 주부납치 범인들인 심천우와 그의 연인 강정임 수배전단. (사진=창원 서부서) ⓒ 뉴스1


◇ 6촌 동생 자백…심천우와 연인 강정임 전국에 지명 수배

B는 경찰에서 '심천우가 시켜서 했다'며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달아난 심과 강정임은 산을 타고 내려가 27일 새벽 4시 20분쯤 남해고속도로 산인터널 인근 쉼터에서 정차 중이던 화물차량을 발견 "5만 원을 줄 테니까 부산까지 데려달라"고 제의, 부산 주례로 도주했다.

이어 27일 오후 4시쯤 택시편으로 대구로 이동, 하루를 보낸 뒤 28일 아침 고속버스 편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그 무렵 경찰은 심천우와 강정임의 얼굴과 신체 특징을 담은 지명수배 전단을 전국에 배포했다.

◇ 수배 명단 본 시민 제보로 서울 중랑구 모텔에서 검거…경찰, 신상정보 결정

서울 동서울 터미널에 내린 심천우와 강정임은 중랑구로 이동, 모텔에 투숙하면서 경찰 움직임을 살폈다.

이들은 5일간 모텔에서 숨어 지냈지만 수배 전단을 본 시민이 경찰에 신고, 3일 오전 10시 10분쯤 모텔로 들이닥친 형사들에 의해 체포돼 창원 서부경찰서로 압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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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강정임(36·여)에 대해 경찰이 2017년 7월 7일 오전 9시부터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 News1 강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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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범 "묶어 놓고 잠시 나갔다 왔더니 숨져 있더라" 범행 발뺌…하루 뒤 실토

국과수가 "A 씨 사인은 질식사"라는 부검 결과를 내놓았지만 3일 오후 창원으로 압송된 심천우는 "고성군 폐주유소 건물 2층에 A 씨를 묶어 놓고 잠시 나갔다 돌아왔더니 숨져 있었다"며 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육촌 동생의 자백 등을 내밀며 추궁하자 심천우는 4일 밤 "내가 한 짓이다"고 살해 사실을 실토했다.

◇ 피해자, 남편에게 '열무나 먹자' 마지막 카톡…심천우 "죄송"

A 씨 남편은 '평소 아내와 함께 연습하고 했는데 이날은 차를 따로 타고 갔다. 골프 연습장 주차장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남편에게 '집에서 열무나 먹자'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마지막일 줄 몰랐다'며 애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 심천우는 7월 7일 고성 폐주유소에 이어 진수대교에서 벌어진 현장검증 때 "(유가족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고 웅얼거렸을 뿐이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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