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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인하 여력 없는데"…대출로 내몰린 카드사, 본업 경쟁력 더 약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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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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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이 내려가면 카드사의 본업 경쟁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카드사는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이 0.5%까지 낮아진 뒤 알짜카드를 없애고 수수료수익 대신 본업과 거리가 먼 대출상품으로 돈을 벌고 있다. 카드사는 수수료율 인하 여력이 더이상 없어 내년 또 수수료율이 내려가면 업황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수익으로 총 8조1023억원을 벌었다. 카드수수료율이 현재 수준으로 조정되기 전인 2021년 수수료수익(7조7024억원)보다 불과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체크카드 승인액은 977조1000억원에서 1162조2000억원으로 19% 늘었으나 카드수수료율이 낮아지면서 수수료수익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증가했다. 실제 금융위원회에서 조정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 수는 303만개로, 전체 가맹점(316만개)의 96%에 달한다.

카드사는 신용판매라는 본업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진 뒤부터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등 대출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NH농협카드까지 포함한 9개 카드사의 지난달말 카드론 잔액은 40조5186억원이다. 카드론 잔액이 40조원을 돌파한 건 사상 처음이다. 2021년말만 해도 카드론 잔액은 35조4889억원으로, 지금보다 약 5조원 적었다. 2021년말 6조1449억원이었던 리볼빙 잔액도 지난달말 7조2817억원으로 2년6개월 새 18% 증가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소비자 혜택이 큰 알짜카드도 잇달아 단종하고 있다. 8개 카드사가 지난해 단종한 카드수는 458종이다. 2021년 단종 카드수는 209종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었다. 단종이 어려운 대표카드는 혜택을 줄이거나 연회비를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출을 늘리고 알짜카드를 줄여도 대손비용이 오르면서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크게 뒷걸음질했다. 금감원 공시 기준 지난해 카드사의 순이익은 2조5741억원으로 2022년 2조7269억원에서 6%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비씨·우리·하나카드 등 하위권 카드사의 순이익은 11~49% 급감했다. 올해 1분기에도 △롯데카드(-54%) △우리카드(-37%) △현대카드(-10%) 등 일부 카드사에선 전년대비 순이익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수수료율을 0.5%까지 인위적으로 낮춰 지금도 신용판매(신판)에선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라며 "신판에서의 적자를 카드론 등으로 겨우 메꾸고 있는데 내년에 또 수수료율이 낮아진다면 카드사 중에 버티지 못하는 곳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알짜카드가 이미 상당히 단종됐지만 앞으로는 소비자 혜택이 더 줄어들 것"이라며 "카드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부담을 소비자에게 일부 전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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