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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정책 마중물 없이 '각자도생'…은행 '외국인금융' 서비스 박차[갈 길 먼 'K금융'(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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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확보+포용금융.. 외국인 서비스 확충하는 銀
하나-신한은행 외국인 금융 선도 경쟁
외국인 고객과 접점 늘려 특화 서비스 발굴
지방은행-인뱅도 서비스 개발 나섰지만
은행마다 서비스 수준 천차만별
'경제주체' 된 외국인근로자 포용 역부족
금융위, 현장소통반 통해 업권에 소비자 애로사항 전달
업계 "당국 인센티브 정책으로 투자 활성화 유도"


파이낸셜뉴스

지난 2일 한 시중은행 외국인 특화점포에서 만난 외국인 금융소비자가 본인이 쓰는 금융 앱 등을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 금융소비자 B씨는 "한국인 친구 도움 없이 앱을 사용하기 어렵다"면서 "해외송금도 처음에는 모두 은행 지점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사진=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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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국내 시중은행들이 외국인 260만 시대에 외국인 금융 소비자를 위한 상품·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인구절벽 시대에 외국인 인력이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 중요한 경제 주체로 주목받기 시작한 데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정부 정책보다 앞서 자체 투자를 통해 외국인 고객 불편을 줄이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적극적으로 외국인 금융 서비스 개선에 나선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도 외국인 금융을 새로운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각 업권에 외국인 고객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해 자발적인 서비스 개선을 유도했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거주 외국인 증가 속도에 맞게 금융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국의 정책과 인센티브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나·신한은행, 외국인 금융 '선도' 경쟁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에 외국인 금융서비스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건의한 각 업권에서는 저마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특화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금융사에 투자비용 세액 공제 등을 통해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전부터 은행권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고객들은 현재 하나은행 하나EZ앱, 신한은행 쏠 글로벌(SOL GLOBAL)을 통해 영업점에 가지 않고도 계좌를 새로 만들 수 있다. 외국인 등록증 발급 후 실명번호를 비대면으로도 변경하고, 모바일 OTP 등을 발급받을 수 있다. 거래내역 조회와 국내계좌이체 등을 제공하는 다른 은행보다 앞서서 비대면 수신 서비스 범위를 넓힌 것이다.

특히 하나은행은 외환전문은행으로서 지난 2007년부터 해외송금 전용 계좌(easy-one)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나은행 창구, ATM, 인터넷뱅킹 등 다양한 채널로 입금해 전용 계좌를 통해 송금할 수 있다. 외국인 손님들은 송금 수수료 30%를 할인받고 최대 1000만원이 보장되는 상해보험에 무료로 가입할 수 있다.

하나은행이 외국인 손님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장'과 '인프라'에 있다. 하나은행이 외국인근로자 밀집지역 인근에 운영하는 일요일 영업 점포만 16곳이다. 대표적인 밀집지역인 경기 안산 뿐 아니라 의정부, 김포, 평택, 인천 남동구와 대구 달서구, 경남 김해 등 전국적인 망을 형성하고 있다.

본점 외환사업본부 외환마케팅부에 외국인 근로자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 특화 서비스를 한 발 빠르게 내놓을 수 있는 배경이다. 하나은행은 고용허가제 대상 국가를 중심으로 현지에서 온 직원 10명을 채용해 외국인 근로자 손님들에게 계좌 개설, 카드 발급 등 필요한 업무를 안내하고 있다. 현지에서 온 직원들이 일요일에 문을 여는 외국인 특화 점포에 방문해 영업점 직원과 외국인 손님들 간 가교 역할도 한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국가별 커뮤니티에 하나은행을 홍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해외제휴은행 협업을 통해 송금 절차를 개선하는 것도 외국인 직원들의 역할 중 하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부터 은행의 공통 미션을 추진하는 임시조직 '솔루션 트라이브' 내에 외국인 고객 분야를 두고 각 부서에서 외국인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도출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최근 비대면 서비스를 연이어 선보이면서 경쟁사 추격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외국인 고객을 위한 '화상상담 파일럿'을 디지털 라운지 3곳에서 선보인다. 외국인이 많은 지역인 서울 구로와 관악, 안산 반월에 디지털라운지 3곳에서 은행원과 화상으로 상담받을 수 있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이를 위해 직원과 고객, 외국어 전용 콜센터 간 3자 통화 시스템 개발을 이달 말까지 끝내고 7월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통합 쏠(SOL) 앱에서 외국인 고객도 비대면으로 계좌개설과 체크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법무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시행한 '외국인 등록증 진위 확인 시스템'에 따라 서비스를 구현한 것으로, 외국인이 비대면으로 체크카드를 받을 수 있는 건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또 신한은행은 외국인 유학생의 계좌 한도 문제로 등록금을 은행에서만 내는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페이팔과 업무협약을 맺어 신한은행 홈페이지에서 페이팔로 등록금을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도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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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금융=새 시장" 지방은행, 인뱅도 '박차'

다른 시중은행들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에서도 외국인 금융 확대를 영업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한국 거주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외국인 신규 고객 유치와 장기 체류자를 위한 영업 전략'을 검토 중에 있다.

우리은행은 '사전서류 작성 서비스'를 테스트해 외국인 거래가 많은 점포 120곳에 시범 적용한 뒤 전 영업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외국인 전용 앱 '우리 WON 글로벌'에서 서류를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로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가 지원된다. 또 외국인 고객이 많은 영업점에는 외국인 통역 인력을 확충해 외국인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언어장벽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에 외국인 전용 앱을 개선해 17개 언어로 지원하고 있고, 최근 외국인 전용 체크카드를 리뉴얼해 선보였다. 앱에서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 등록증을 활용해 계좌 개설부터 인터넷 뱅킹까지 앱을 통해 한 번에 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출국만기보험금(퇴직금)을 공항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도 지난 2월 말부터 시행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외국인 목돈 마련을 위해 우대금리를 주는 외국인 전용 적금상품, 외국인 근로자 전용보험 납부 통장 등 특화 상품을 갖고 있다. BNK경남은행은 명곡금융센터, 울산영업부에 중국 출신 다문화가정 직원을 배치해 외국인 근로자 전용 창구를 운영하고 총 6개국 언어로 된 '외국인 금융거래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토스뱅크가 유일하게 외국인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비대면으로 계좌개설, 체크카드 발급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다. 토스뱅크의 외국인 고객의 체크카드 발급 비중은 지난달 기준 88.1%에 달한다.

■수요 못 따라가는 외국인 금융...당국 "자율에 맡기겠다"

은행들이 자체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속도와 내용 측면에서 외국인 금융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2년 행정안전부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주민 비율이 5%가 넘는 전국의 시·군·구는 68개에 달한다. 지난해 5월 기준 광업·제조업에서 외국인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약 45%(약 41만명)에 육박했다. 도소매·숙박·음식, 건설업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또한 각 10만명 이상이다. 이에 비교해 각 은행 특화점포는 10여 개 수준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금융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같이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외국인 금융소비자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계좌개설 과정에서 필요한 본인인증 등의 경우 한국어로 팝업창이 뜨거나 오랫 동안 한국 기업에서 일해 상환 능력이 있어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건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현장소통반을 가동해 외국인 금융소비자 애로사항을 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외국인특화점포 직원들을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취합한 후 은행연합회 등을 통해 각 금융사에 전달했다.

금융위는 "외국인 금융 서비스 개선은 각 금융사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은행 고객 구성과 경영 전략이 모두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국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금융의 역할 변화와 포용금융 측면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가 인구구조상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금융서비스가 필요한 시기"라며 "시장 역할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정부 정책을 통해 메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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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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