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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사설] 화성 리튬공장 참사, 화재 위험성 큰데 왜 대비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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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에서 불이 나 22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24일 오전 공장에서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독자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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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리튬 배터리 제조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2명이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연락이 닿지 않는 실종자도 1명 있다(24일 오후 6시30분 현재). 끔찍한 대형 참사다. 희생된 이들 가운데 20명은 중국·라오스 등 외국 국적 노동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공사 현장 화재로 38명이 희생된 처참한 기억이 생생한데, 또 후진적인 화재 참사가 되풀이됐다.



불은 리튬 배터리 완제품 검수와 포장 작업을 하는 공장 건물 2층에서 시작돼 연쇄 폭발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이곳에는 3만5천개가 넘는 리튬 배터리를 보관 중이었다. 리튬 배터리에서 불이 나면 온도가 순식간에 1천도 이상으로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다량의 불산 가스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이 닿으면 수소 가스가 생겨 2차 폭발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기도 어렵다. 소방당국은 리튬 배터리 화재 진압에 필요한 마른 모래와 팽창 질소를 준비해 갔으나 거센 불길을 잡지 못하고 4시간 가까이나 기다린 뒤에야 구조 작업에 나섰다.



무엇보다 화재 발생 초기에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지 않고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불길이 아무리 빨리 번졌다고 해도 20명 넘는 인원이 대피하지도 못한 채 희생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화재가 시작된 건물 2층에서는 숨진 노동자들이 여러 곳에 흩어진 상태로 발견됐다고 한다. 지상으로 통하는 비상계단이 있었는데도 희생이 컸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화재 시 피난 교육 등 사전 안전조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리튬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은 해당 분야에선 충분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만큼 예방에 만전을 기했어야 한다. 위험 물질인 리튬 배터리를 다루는 작업장의 안전관리 규정이 충분했는지, 관련 규정이 제대로 준수됐는지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물론 지난 1월부터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도 따져 엄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업장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소를 세심히 점검해 대비하는 풍토가 정착하지 않는다면 또 언제 어떤 예기치 못한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 소중한 생명을 잃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는 악순환을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 된다. 희생자 유족에 대한 지원과 부상자 치료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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