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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도둑맞은 어휘력' 위기에···핑크퐁 영어 제치고 한글 콘텐츠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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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판 시장 휩쓴 '집중력'

올해는 어휘력 부족 따른 문해력 위기감에

필사노트, 어휘공부 겸하는 책 인기

핑크퐁콘텐츠도 한글로 소비 늘어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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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부모들 사이에서 이왕에 미디어 노출을 시킨다면 한글보다 영어가 선호됐다. 유튜브 콘텐츠 역시 놀이와 영어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 수요가 높았다. 최근 이 같은 수요가 급변하고 있다. 어휘력 부족이 문해력에 영향을 주고 학습 속도와 수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한글 콘텐츠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

핑크퐁 등 유아들이 사랑하는 콘텐츠들도 최근 들어 한글 학습 콘텐츠 시청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더핑크퐁컴퍼니에 따르면 핑크퐁, 아기상어, 호기, 베베핀 한국어 채널의 경우 2021년부터 올해까지 조회수 기준 매년 8.5%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지난 3년 간 연간 시청 시간은 평균 28.45%의 증가율을 보였다.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는 “이전에는 우리나라 구독자들도 영어 교육 콘텐츠 시청 비중이 높았는데 최근 들어 한글 교육 콘텐츠 시청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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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시장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감지된다. 최근 들어 필사 책 한 권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한 해 출판계에서 이구동성으로 ‘도둑맞은 집중력’을 최고의 화제성을 일으킨 책으로 꼽았을 정도로 독자들은 ‘집중력’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불과 한 해가 지나 ‘문제는 집중력이 아니라 어휘력’이라는 생각이 퍼지면서 독자들이 어휘력에 꽂히게 된 것이다.

유선경 작가가 낸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노트(위즈덤하우스 펴냄)’는 지난 3월 출간 후 빠르게 입소문을 얻기 시작하면서 두 달 만에 5만5000여권이 팔려나갔다. ‘친구들이 다양한 단어를 구사한다며 칭찬했다’ ‘몇년 만에 자신 있게 편지를 써봤다’ 등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필사 후 달라진 변화 등 이른바 ‘간증 후기’들이 입소문을 타면서다. 유 작가의 전작인 ‘어른의 어휘력’ 역시 15만부 이상 팔렸다. 유 작가는 여러 다양한 표현을 써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대박’ 등으로 좋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뻔한 단어 대신 써볼 수 있는 단어 등을 추천하며 표현력을 높일 수 있는 텍스트들을 소개한다. 독자들은 이를 한 장씩 필사하는 방식이다. 위즈덤하우스 측은 “필사 책에 대한 수요가 일부 여성 독자들을 중심으로 있긴 했지만 이 정도의 현상이 될 지는 예측하지 못 했다”며 “쇼츠 등으로 대표되는 숏폼 콘텐츠로 인해 집중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쉽지 않아 일종의 해법처럼 독자들이 어휘력 책을 찾아 나선 결과”라고 분석했다.

독자들이 선호하는 어휘력 책들은 주로 학습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예시가 풍부하고 실전 적용 노하우들이 자세히 소개돼 있는 책들이다. 국내 최대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 밀리랭킹 1위를 차지한 ‘도파민 인류를 위한 문해력 수업’도 생활처방전을 통해 문해력을 높이는 다양한 팁을 제시해 실천에 초점을 뒀다. 이달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부모의 어휘력(카시오페아 펴냄)’ 역시 부모가 아이와 대화 속에서 쓰면 좋을 어휘들과 그 뜻을 상세히 비교 설명한 것이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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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에서는 숏폼의 시대 독자들이 책을 읽는 것은 물론 간단한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제는 집중력뿐만 아니라 어휘력 등 문해력 전반에 있다는 것에 사고의 흐름이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어휘력이나 표현력에 대한 효용성의 측면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책’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동의 학습서, 육아 서적에서도 이 흐름이 관찰된다. 나민애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가 쓴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는 지난 3월 출간 후 줄곧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태주 시인의 딸인 나민애 교수는 국어 실력의 효용성에 대해 폭넓게 정리했다. 이외에도 ‘이은경쌤의 초등어휘력’ ‘부모의 어휘력’ 등에 대한 수요가 높다. 출판계에서는 “기존에는 학부모들이 수학과 영어를 우선순위에 두고 국어에 대해서는 느슨한 관심을 보였는데 최근 들어 반전됐다”며 “출제자의 의도는 물론 시험지의 질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국어 실력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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