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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정지돈 작가, 무단 인용 의혹 작품에 “판매중단 조치 취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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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지돈 작가. 연합뉴스


정지돈 작가가 독서 유튜버 김현지씨가 제기한 무단 인용 의혹에 대해 사과를 표명하고, 의혹이 제기된 소설에 대해 판매 중단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작가는 25일 자신의 블로그에 “저의 부주의로 벌어진 일이며, 제 잘못이다”라고 밝히며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출판사에 판매 중단을 요청하고 <브레이브 뉴 휴먼>은 출판사와 협의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정 작가는 <브레이먼 뉴 휴먼>에 등장하는 ‘권정현지’라는 인물과 가족사가 자신의 이야기와 일치한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김현지씨는 지난 23일 정 작가가 과거 연인 사이였던 자신과의 일화를 당사자와의 상의 없이 무단으로 소설에 인용했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정 작가의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현대문학)와 <브레이브 뉴 휴먼>(은행나무)에 자신이 묘사됐거나 자신의 이름과 함께 자신의 가족사가 인용됐다는 문제 제기였다. 김씨는 정 작가에게 무단 인용 인정과 사과, 재발 방지 약속 및 출판사의 책임 있는 조치 등을 요구했다.

김씨는 2019년 초쯤 정 작가와 헤어졌다고 밝히며, “이 (연애)시기에 (둘이) 나눈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이 ‘이별 후부터’ 그의 작업에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9년 말 출간된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는 ‘에이치(H)’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김씨는 “에이치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제가 실제로 겪은 일”이라면서 자신의 거주지, 습관, 제3의 인물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했던 당시 상황, 자신이 실제 했던 말 등이 소설에 무단 인용됐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블로그에서 “에이치가 “밸런스만큼 시시한 건 없다”고 말하는 부분, 스토킹을 기점으로 ‘나’와 에이치가 가까워지는 과정에 대한 문장들은 실제 사건과 흐름마저 일치한다. 거기엔 성적인 문장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민하던 김씨는 법조계에 있는 지인에게 자문했고 “법적으로 따지기 어렵다. 창작의 권리와 충돌한다”라는 조언을 듣고 “권리를 존중해 주는 쪽을 선택했다”라고 전했다.

김씨는 이후 이 일을 잊기로 했지만, 지난 4월 출간된 <브레이브 뉴 휴먼>에서 등장인물 ‘권정현지’가 묘사된 대목을 보고 또다시 충격을 받았다고 썼다. 김씨는 “등장인물이 현지이며 제 가족사가 등장하기 때문”이라며 “얄팍한 소설적 비유를 거치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사랑을 잘 모르는 어머니에게 헌신하고 가족을 유지해 보려고 평생 노력했던 저의 삶. 그러니까, 사귀던 시절 정지돈에게 들려주고 보여준 제 이야기와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등장인물 권정현지는 양성쓰기를 하는 한 여성학자의 이름을 변형한 것이며 캐릭터 또한 자신의 다른 소설의 캐릭터들을 여러 형태로 변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브레이브 뉴 휴먼>에서 김현지씨의 삶을 쓰지 않았다”라며 “(김씨가 주장하는) 이 내용만으로는 무엇이 어떻게 일치하는지 알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야간 경비원의 일기>와 관련해서는 자신 또한 현장에서 겪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김현지씨가 블로그에 인용한 ‘스토커’ 챕터는 내가 직접 현장에서 경험한 일이다”라며 “대부분의 문학작품에는 작가 본인의 경험이 포함될 수밖에 없으며 이 경험에는 언제나 타인이 함께 존재한다. 그렇기에 많은 작가들이 있는 그대로 쓰지 않고 디테일을 바꾸고 변형한다”라고 말했다.

2020년에 김봉곤 작가가 SNS로 나눈 사적 대화를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작품에 인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창작윤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논란이 커지면서 해당 작품의 회수 및 환불과 문학상 반납 사태로까지 이어졌고, 출판계에서는 ‘창작의 권리’와 ‘명예훼손’을 둘러싼 논쟁이 촉발됐다.

한편 <브레이브 뉴 휴먼>을 출간한 은행나무출판사는 24일 “해당 논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소설이 출간되기 전까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논란 이후 후속처리를 위한 협의를 가졌으며, 향후 작가와 논의하여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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