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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스타트업 리포트]"진짜 사람 같네" 차세대 프로토 홀로그램 선보인 김태환 크리에이티브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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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서울 여의도 현대백화점에서 이색 행사가 열렸다. 가상인간(버추얼 휴먼)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의 행사였다. 이날 전국에서 모인 팬들은 각자 좋아하는 플레이브의 구성원들과 한 화면에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었다. 마치 실제 인물과 촬영한 것처럼 자연스러워 탄성을 자아낸 사진의 비결은 프로토 홀로그램이었다.

홀로그램이란 특수 렌즈나 반사체를 이용해 영상을 허공에 띄워 360도 모든 방면에서 볼 수 있는 입체 영상이다. 그러나 영상이 흐릿하고 자연스럽지 못해 쓰임새에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새로 등장한 프로토 홀로그램은 기존 홀로그램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물을 보는 것처럼 생생한 영상으로 보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덕분에 유명 연예인과 기업들이 공연이나 전시회 등 각종 행사에 잇따라 프로토 홀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인물이 프로토 홀로그램을 국내 도입한 신생기업(스타트업) 크리에이티브멋의 김태환(44) 대표다. 서울 성수동 크리에이티브멋 스튜디오에서 김 대표를 만나 프로토 홀로그램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한국일보

김태환 크리에이티브멋 대표가 서울 성수동 스튜디오에서 프로토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마이클 잭슨 영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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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잭슨이 부활해 공연


미국 프로토 홀로그램사가 개발한 프로토 홀로그램은 컴퓨터와 5세대(G) 이동통신이 결합된 신기술이다. 컴퓨터로 만든 영상을 5G를 이용해 특수 영상기기에 전송해 보여준다.

크리에이티브멋 스튜디오에 설치된 프로토 홀로그램용 영상기기는 커다란 직육면체의 자판기처럼 생겼다. 내부에 영상을 수신해 구현하는 컴퓨터가 들어 있는 이 기기는 메인 서버에서 원격 전송한 영상을 받아 전면의 86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통해 4K 영상으로 재현한다. "기존 홀로그램은 어두워야 영상이 보이고 색 표현에 한계가 있었죠. 반면 프로토 홀로그램은 OLED 화면을 사용해 밝은 조명에서도 잘 보이고 색 표현에 한계가 없는 차세대 홀로그램이죠."

김 대표가 보여준 프로토 홀로그램 영상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가 노트북을 작동하자 가수 아이유가 걸어 나와 노래를 부른다. 실제 인간처럼 아이유의 발밑에 자연스럽게 그림자까지 따라다녔다. 이어서 세상을 떠난 팝 가수 마이클 잭슨이 등장해 그의 히트곡 '블랙 오어 화이트'(Black or White)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춘다. 마치 부활한 잭슨의 공연을 보는 것 같다.

특히 영상의 원격 전송이 가능해 직접 가지 않고도 해외 공연이나 전시가 가능하다. "지난해 아이유는 미디어 아트 전시회에서 출연하지 않고 프로토 홀로그램을 이용해 작은 공연을 했어요. 전 세계 유명인들이 굳이 현장에 가지 않고 해외 공연을 할 수 있죠."

더욱 놀라운 것은 기존 홀로그램에서 할 수 없던 사람과 프로토 홀로그램의 합성이다. 스튜디오 뒤쪽에 설치된 카메라 앞에 서자 멀리 떨어진 프로토 홀로그램 기기 화면에 플레이브 구성원과 나란히 선 모습이 보인다. "쌍방향 소통 기능이 프로토 홀로그램의 핵심이죠. 실시간으로 화면 속 인물이나 의상을 바꾸고 다른 사람의 모습을 한 화면에 합성할 수 있어요."

스튜디오 한편에는 24인치 투명 OLED 화면의 작은 프로토 홀로그램 기기도 있다. 화면 속에 명품 가방이나 시계 등 상품과 고대 이집트의 투탕카멘 황제 가면 등이 둥둥 떠있다. 손으로 건드리면 작동하는 터치 스크린 방식이어서 자세한 설명 등을 볼 수 있다. "작은 기기는 매장이나 전시회 등에 설치할 수 있죠."

국내 독점 사업권 인수해 영상 기술 개발


김 대표는 지난해 10월 나인커뮤니케이션의 프로토 홀로그램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프로토 홀로그램 사업을 시작했다. 의료기기 업체 케어랩스의 자회사인 나인커뮤니케이션은 미국 프로토 홀로그램사의 국내 독점 사업권을 갖고 있다. "2022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전시회(CES)에서 프로토 홀로그램을 보고 반해 나인커뮤니케이션 사업을 인수했죠."

이후 프로토 홀로그램사에서 만든 기기를 국내 독점으로 들여왔다. "대당 2억 원짜리 기기 7대를 갖고 있어요. 영상을 전송하는 메인 서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프로토 홀로그램 본사에 있죠. 두 달에 한 번꼴로 소프트웨어를 갱신하는 등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직접 영상 기술을 개발한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 옆에 프로토 홀로그램 전용 연구실을 마련했으며 MDR, 더포스트랩, 플러스비, 뮤지엄멋 등 4개 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한다. "크리에이티브멋은 영상감독, 광고전문가 등이 모인 창작집단이고 그 아래 영상제작업체 MDR, 시각효과와 인공지능(AI) 영상을 개발하는 더포스트랩, 대중문화 홍보업체 플러스비, 서울 신당동에 전시 공간 뮤지엄멋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요. 직원을 모두 합치면 100명 넘어요."

해외 법인도 있다. "홍콩과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이 있어요. 여기서 중국 여배우 유역비, 한류스타 송혜교 전지현 김수현 등과 중국을 겨냥한 광고 영상 등을 만들어 공급했어요. 지금은 중국 정부에서 한류 콘텐츠를 제한하는 한한령 때문에 현지 사업이 위축됐는데 한한령이 풀리면 중화권을 겨냥한 콘텐츠 제작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겁니다."

이와 함께 디렉터쇼릴닷컴이라는 독특한 사이트를 운영한다. 지난해 선보인 이 사이트는 다양한 광고 영상과 뮤직비디오 등을 모아놓았다. "창작자와 기업들을 연결해 주는 사이트죠. 광고 제작을 원하는 기업이 다양한 영상을 보고 원하는 창작자를 고를 수 있어요. 무료로 운영하는 이 사이트에 영상 2만 개가 들어 있어요."

이렇게 4개 자회사와 디렉터쇼릴닷컴, 프로토 홀로그램이 어우러져 크리에이티브멋의 창작 생태계를 이룬다. "여러 회사들이 어우러져 파급 효과를 낳죠. 고객의 요구를 파악해 영상 기획부터 제작, 운영까지 하는 종합 콘텐츠 솔루션 회사를 지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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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멋 스튜디오에 설치된 소형 프로토 홀로그램 장비. 터치스크린 방식이어서 화면을 눌러 상품이나 전시품 정보를 살펴볼 수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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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된 인기 가수, 홀로그램 부활 추진


덕분에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이고 구찌, 나이키, 포르쉐, 아우디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 일하고 있다. "지난해 200편 이상의 광고 영상을 찍으며 많은 회사와 협업했어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광고 영상, LG전자의 CES 영상, 미디어아트 행사인 서울 한남동 구찌가든 행사 등을 진행했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던 싱가포르의 카펠라 리조트 광고 영상도 제작했어요."

가수 김범수, 아이유 등 유명인들과 다양한 프로토 홀로그램 행사도 진행했다. "프로토 홀로그램을 이용해 김범수씨가 '여행'이라는 신곡 발표 행사를 했고 아이유는 지난해 미디어아트 전시회 '순간'을 진행했어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많은 스타가 방문한 홀로그램 트럭도 운영했죠."

올해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세계적 게임업체 및 국내 가수와 이색 홀로그램 행사를 갖는다.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세계적 게임업체의 인기게임에 나오는 캐릭터와 함께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 행사를 준비 중이죠. 또 유명 가수가 올해 진행하는 7개국 해외 공연에 프로토 홀로그램 활용을 검토 중입니다."

압권은 프로토 홀로그램을 이용해 고인이 된 국내 모 유명 가수의 신곡을 발표하는 행사다. "AI로 외모를 만들고 음성을 덧입혀 고인의 신곡을 발표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어요. 상업적으로 접근할 생각이 없어서 축구 국가대표팀 응원가를 신곡으로 만들었어요. 유족과 적극 논의해 볼 예정입니다."

세계적 영상제작업체, 일본 소프트뱅크 등 해외에서도 프로토 홀로그램 사업을 추진한다. "세계적 영상제작업체와 대형 영상물을 알리는 행사를 프로토 홀로그램으로 준비 중입니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도 프로토 홀로그램 사업을 하고 싶다며 찾아와 논의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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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크리에이티브멋 대표는 홀로그램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뉴미디어 사업 등을 구상하고 있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프로토 홀로그램 기기는 홀로그램 영상과 사람을 합성할 수 있다. 임은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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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와 '카누' 만든 유명 CF 감독 출신


서울예대 광고창작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뉴미디어로 석사를 마친 김 대표는 원래 유명 광고영상(CF) 감독 출신이다.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갤럭시S2'부터 S9, 배우 공유가 출연한 동서식품의 커피 '카누' 등 그가 제작한 광고영상은 500편이 넘는다. "대학생 때 핑클이 출연한 라면 광고 제작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CF 일을 시작했어요. 졸업 후 23세 때 광고계 스타였던 채은석 감독의 제작사 죤앤룩에 입사했어요."

이후 10여 년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미국과 영국에서 3년간 유학했다. "영국 런던예술대학 레이번스번 칼리지에서 공부를 했는데 모두 아는 내용을 가르치니 학비가 아까워 돌아왔죠."

마침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사랑합니다필름으로 옮겼다. "유명한 수요일 감독이 대표인 회사에서 홍콩과 중국회사 법인의 대표를 맡았어요. 거기서 새로운 일을 하고 싶어 2020년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죠."

크리에이티브멋은 지난해 20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300억 원입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도 12%를 기록했죠."

투자는 지난 2월 120억 원을 받았다. "우리인베스트먼트, 코오롱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돈 때문이 아니라 내년 상반기 중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받았어요."

앞으로 그는 로봇 사업에도 뛰어들 생각이다. "홀로그램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새로 영입한 관련 전문가가 다음 달 출근하죠. 분야나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고 독특한 일을 하는 창작집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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