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전쟁'·'다크호스'·'노선 경쟁' 흥행공식
與 '잠룡 진검승부·세력다툼'에 분위기 고조
'민주·조국혁신당' 사실상 '단일후보' 추대
'인물 부재·집권 장기화'에 흥행 전선 먹구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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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여야 각 정당이 새 지도부 선출을 앞둔 가운데, 여당이 흥행 몰이를 하고 있다. 추대에 가까울 정도로 후보군이 좁은 야권에 비해, 잠룡들이 일제히 진검승부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여야는 25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 주말 소위 '빅4'가 출마 선언을 마친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신호탄을 올렸다. 야당은 아직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민주당)가 발족하지 않았거나, 후보 등록 마감일이(혁신당) 7월 초로 예정된 탓에 출발 시기가 여당보다 더디다.
야권의 당권 경쟁이 일정상 아직 본격화 되지는 않았지만, 흥행 저조가 우려된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당대회 등 특정 정치 이벤트 직후 '컨벤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흥행 공식'이 동반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컨벤션 효과가 이뤄지기 위해선 대선 주자급 대결이나 새로운 인물의 등장, 정치 노선에 대한 경쟁 등 요소를 갖춰야 한다"며 "이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면 여론의 주목도 받고 결집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도 "전당대회가 흥행하기 위해선 경쟁자가 필요하다"며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려면 후보 간 치열하게 경쟁하고 승패도 전망할 수 없어야 흥행할 수 있는데, 답이 이미 나와 있는 게임을 어떤 재미로 볼 수 있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전당대회는 이런 흥행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당권 주자들부터 3년 후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 대권 후보들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에 따라 친윤·반윤·비윤으로 분류되면서 후보간 경쟁은 물론 당 내 세력간 움직임도 활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아랫줄 왼쪽부터)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06.24.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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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슈 면에서도 후보마다 입장이 갈리면서 노선 경쟁과 차별화에 힘이 붙고 있다.
대표적인 후보간 대척점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 여부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수평적 당정관계' 요구 여론을 만족시키면서 타 후보와의 '차별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자 곧바로 나경원·원희룡 후보가 '윤 대통령에 대한 반기'라며 즉각 견제에 나섰다.
후보들 모두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흥행 요소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서로에 대한 견제와 신경전이 연일 이슈 중심에 서면서 야당마저 영향권 안에 들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쏘아 올린 '채상병 특검법' 조건부 수용은 민주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일어날 정도다.
반면, 야권 전당대회는 시작 전부터 힘이 빠지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상 '단독 추대'로, 후보 간 노선 경쟁과 차별화 면에서 여당 보다는 긴장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의외의 '다크호스'가 나올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연임을 위해 당대표직을 사퇴한 이재명 전 대표에 맞설 인물이 전무하다. 일부 중진 의원들이 거론되지만,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약속 대련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실질적인 경쟁자는 찾기 어렵다.
이는 '차별화'의 부재로 연결된다. 이 전 대표는 연임 가능성만 시사했지, 지도 체제를 이어갈 명분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차기 당대표는 이재명밖에 없다'라는 취지로 거들고 있지만, 사실상 추대에 가까운 전당대회는 흥행 저조는 물론 사당화 논란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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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당도 조국 대표에 맞설 후보군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조 대표 이외에는 당의 얼굴이 될 만한 인물이 부재한 만큼, 사실상 당내에선 조 대표가 단일 후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조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만큼, 당대표 궐위 시 대표를 승계하는 수석 최고위원이 이번 전대의 관전포인트다. 그러나 이마저도 '인물난'을 겪고 있다. 한 당 관계자는 "특별하게 누가 등장할지는 정말 불투명하다"며 "도전자가 많아야 하는데, 아직까진 뚜렷하게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후보군 부족 사태는 비단 혁신당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4·10 총선 당시 특정 인사의 정치적 인지도를 내세워 창당한 제3지대 신당들은 총선 이후 저마다 형체만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개혁신당이 다수 후보군을 확보해 전대를 치렀지만 낮은 인지도와 차별화 부재로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총선에서 1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새로운미래도 전대를 앞두고 있다. 당초 당에 얼굴이었던 이낙연 전 대표는 총선 패배에 따라 출마하지 않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인지도가 높은 이 전 대표가 출마해 당의 재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향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이 전 대표가 불출마하면서 새로운미래 역시 전대 흥행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장 소장은 "민주당의 경우 이 전 대표 방어에만 집중하고 내부에서도 한 목소리만 내는데,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겠나"며 "사실상 민주당은 이재명밖에 없다는 것인데, 문제는 내부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흥행보단 집권 장기화만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도 "후보 간 경쟁이 없더라도 특정 후보가 자기 혁신 차원에서 차별화된 메시지를 밝혀도 주목받을 수 있다"면서도 "현재 민주당과 혁신당은 사람·인물·경쟁 측면에서 여당보다 흥행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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