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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안고 싶다" "차에 네 향기 나"…교총회장, 제자에 보낸 편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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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39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에 20일 역대 최연소로 당선된 박정현 신임 회장. 사진 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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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제자와의 부적절한 '성비위 의혹'이 제기된 박정현(44)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신임 회장이 당시 이 학생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12장 분량의 편지 내용이 공개됐다.

인천 부원여중 교사인 박 회장은 이달 실시된 교총 회장 선거에서 교총 역사상 최연소로 회장에 당선됐다. 이후 박 회장이 2013년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던 중 특정 학생을 편애했다는 민원이 들어와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경징계인 '견책' 조치를 받고 인근 중학교로 전근을 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25일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은 박 회장이 당시 여제자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12장 분량의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이 편지는 당시 편지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보관돼온 것이기 때문에 더 신빙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해당 편지는 "사랑하는 나의 ○○"으로 시작한다. 이어 "점호가 진행되는 동안 당신이 늘 오는 시간에 엄청 떨렸어"라며 "주변에 있는 다른 애들이 전부 소거된 채 당신만 보이더라.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었어"라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사랑하고 또 사랑해"라는 말로 끝난다.

이 밖에 다른 편지에는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깊이 사랑합니다" "차에 떨어지는 빗소리, 당신의 향기" "당신을 떠올리고 사랑하고 있어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당시 해당 고등학교에 다녔다고 밝힌 학생들은 지난 22일 연합뉴스를 통해 박 회장의 행동을 단순한 편애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2013년 박 회장이 담임을 맡았던 반이었다는 A씨(29)는 "고3 때 면학실에서 한 친구가 (박정현) 선생님이 그 학생 자리에 쪽지를 놓는 모습을 우연히 발견했고, 그 쪽지에 '사랑한다' '차에서 네 향기가 난다'고 쓰여 있었다고 하더라"라며 "쪽지 내용이 고3 당시에는 너무 큰 충격이어서 아직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같은 반이었던 B씨(29) 역시 "친구가 '사랑한다'고 적힌 쪽지를 발견하고 나한테 알려줬다"며 "이 사실을 부모님께 전화로 알려드렸고, 부모님이 당시 부장 선생님께 잘 처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쪽지가 발견된 사실은 소수 학생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대부분의 학생은 담임교사가 학기 중 교체된 이유를 지병으로 알았다. 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사건의 내용이 알려졌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교사 C씨는 당시 쪽지 내용을 제보했다. 쪽지에서는 그 학생을 '자기'라고 칭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한다'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다' '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와 관련해 박 회장은 같은날 낸 입장문에서 "한 제자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쪽지를 보내 응원하고 격려했다"면서 "그것이 과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과 같은 부적절한 처신을 제자에게 한 일은 결코 없다"며 "지난 실수와 과오를 바로잡고 지금까지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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