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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성지순례 참사·축제 파행…폭염 무방비 노출된 지구촌 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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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사우디 성지순례객·인도 투표소 직원들 사망 속출

올림픽 등 스포츠 행사도 비상…"새로운 기후 현실 적응해야"

연합뉴스

폭염에 지쳐 쉬는 이슬람 성지 순례객
(미나 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미나에서 더위에 지친 성지 순례객들이 길가에 주저앉아 쉬고 있다. 이날 메카 일대에서는 섭씨 50도에 육박하는 폭염으로 성지 순례객 최소 3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4.06.17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기후변화 여파로 전 세계가 유례없는 무더위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지구촌의 각종 대형 행사들이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여름 전 세계에서 폭염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고 있지만 종교나 스포츠, 정치 행사 등 대규모 행사들이 이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것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려 1천300명 넘게 목숨을 잃은 이슬람 정기 성지순례(하지)다.

이달 14∼19일 대낮에 50도가 넘는 환경에서 순례에 나선 고령의 신자들은 당국의 미진한 대처 속에서 폭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사우디 보건부는 순례객들에게 수분을 섭취하고 우산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밀집도를 낮추기 위한 인원 제한 조치가 거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당국의 대처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이슬람력으로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이 지역의 가장 더운 시기와 겹치는 데다가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해 더위로 인한 피해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인도처럼 국민들이 더위에 익숙한 나라도 올해 유례없는 폭염과 최대 행사인 총선이 겹치며 인명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 인도 동부 비하르 주에서는 투표소 직원 10여명을 포함해 14명이 더위로 목숨을 잃었으며, 동부 오디샤주,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어졌다.

NYT는 이번 인도 총선 기간 많은 지역에서 더위가 가장 극심한 시간대에 투표가 이뤄졌다면서 특히 많은 인파가 한 번에 몰리는 선거 집회 등은 더위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폭염 속 한밤 중 길가에서 물 마시는 인도 남성
(러크나우 AP=연합뉴스) 섭씨 45도를 넘는 살인적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인도 러크나우시 도로변에서 한 남성이 물을 마시고 있다. 2024.06.14 khmoon@yna.co.kr


음악 축제나 스포츠 행사 등도 예외가 아니다.

NYT는 지난해 여름 한국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를 비롯해 호주, 유럽, 북아메리카 등에서 열린 각종 음악 축제에서 폭염으로 인한 환자들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올해도 무더위 속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파리 올림픽 역시 마라톤 경기 시간을 오전으로 앞당기고 곳곳에 급수 장소를 설치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이러한 극심한 무더위는 일상화될 것이라며 대규모 행사를 기획할 때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NYT는 하계 올림픽을 추계 올림픽으로 바꾸거나 테니스 대회, 선거 날짜 등을 덜 더운 시기로 조정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짚었다.

존스홉킨스대 기후과학자 벤저민 자이치크는 "앞으로 더운 계절이 더 길어지고 폭염이 더 빨리 올수록 우리는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며 개개인은 물론 기반 시설과 비상 관리 체계, 사회의 일정도 "이 새로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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