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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계란값, 전화비도 올린다니…Z세대 분노 케냐 시위 왜 일어났나[딥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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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발포로 최소 5명 사망…Z세대가 시위 주도

정치 엘리트 부패 속 서민들은 실업·생활고…국민만 증세해 불만

뉴스1

케냐 정부의 증세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5일(현지시간) 나이로비 거리로 나와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물대포와 최루탄을 사용하는 경찰 앞에서 케냐 국기를 흔드는 시민의 모습. 2024.06.25 ⓒ 로이터=뉴스1 ⓒ News1 임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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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계란 같은 생필품은 물론 전화 및 인터넷 사용료까지 올리는 증세 법안이 케냐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25일(현지시간) 이 법에 반대하는 군중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의회에 난입했다. 이들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발포해 최소 5명이 숨지는 극한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이 법안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최근 며칠 동안 케냐 정부는 이 법안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납치하고, 전국에서 대규모 체포 작전을 실시했다.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면서 최소 한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이미 나온 상태였다. 이번 시위는 이른바 케냐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해 민족, 부족, 인종, 사회경제적 계층을 초월해 정부에 반대하는 조직을 만들어 싸우고 있다.

이번 시위를 촉발한 도화선은 지난 5월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재정 법안 2024'였다.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세입을 늘리려는 법안이었는데 당초엔 빵, 식용유, 자동차 등 필수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 후 국민들이 반발하자 일부 품목은 빠졌지만, 계란과 같은 일부 기본 생필품은 여전히 증세 대상이 됐고 인근 동아프리카 국가에서 수입한 상품, 전화 및 인터넷 사용료, 은행 송금 수수료, 디지털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대한 세금도 인상된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에 대한 분노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2022년부터 집권한 윌리엄 루토 대통령 정부가 내놓은 것이기에 더욱 컸다. 루토 정부는 앞서서는 건강보험과 전기료를 인상했다. 하지만 홍수와 폭우 등 자연재해에 잘 대처하지 못했고 지난해 인권 단체들 추정 57명이 사망한 대규모 시위까지 발생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청년 실업률과, 팬데믹 이후 높아진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무역 혼란으로 국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케냐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정치적 안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가로 인식돼 왔지만 막대한 국가 부채의 문제를 안고 있다. 루토 대통령은 추가 차관을 받으려면 재정 적자를 개선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압력에 직면한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케냐는 부채 이자 지급에만 연간 세수의 37%를 지불했다.

이번 법안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증세가 이미 살인적인 케냐의 상품 가격을 높일 것이라고 본다. 미국 외교관계협의회(CFR) 아프리카 정책 선임 연구원인 미셸 개빈은 “이 모든 일은 고용 기회가 부족하고 정치 엘리트 사이에 부패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다”면서 "재정 법안은 낙타 등의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말했다.

이번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서 이제 공은 루토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그는 2주 내로 법안에 서명하거나 수정을 위해 의회에 다시 보내야 한다. 하지만 루토 대통령이 법안을 물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저녁 공개 연설에서 루토 대통령은 시위를 국가에 대한 '반역'이자 '실존적 위협'이라고 불렀다.

그는 정부가 (이번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시위를 막기 위해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케냐 국방부 장관은 군대가 경찰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13개국 대사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폭력 사태에 충격받았다고 밝혔다. 법안 반대자나 시위대가 납치됐다는 주장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도 서방은 양측에 자제를 요구했다고 NYT는 전했다.

ky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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