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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양자 컴퓨터로 만드는 신약?…"더 빠르고 정확한 개발 도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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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로 신약 후보 물질 식별…개발 소요 시간 단축 기대

신약 특허 발목 잡는 '유사성'…양자컴이 화학공간 넓혀 신규성↑

뉴시스

[서울=뉴시스]26일 퀀텀 코리아 2024 행사에서 진행된 '양자와 생명과학' 세션은 양자시대의 제약산업을 주제로로 진행돼 양자컴퓨팅, 양자머신러닝 등의 기술이 신약 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사진은 신약 연구를 진행 중인 연구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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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윤현성 기자 = 양자 컴퓨팅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 중 하나는 제약 산업, 특히 신약 개발이다. 약품이나 의약물은 근본적으로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작은 입자들인 만큼 양자컴퓨터의 연산능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다. 학계에서도 양자컴퓨터를 통해 신약 물질 탐색 및 개발에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산 킨텍스 제2전시관에서 진행 중인 '퀀텀 코리아 2024'는 향후 양자기술이 적용돼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술 영역을 조명하는 융합세션 '퀀텀 플러스'를 새롭게 진행했다. 특히 26일 '양자와 생명과학' 세션은 양자시대의 제약산업을 주제로로 진행돼 양자컴퓨팅, 양자머신러닝 등의 기술이 신약 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양자컴퓨터로 신약 후보 물질 식별 더 빠르고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돼"


신약개발 스타트업 인세리브로 대표를 맡고 있는 조은성 고려대 교수는 '양자머신러닝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디자인'에 대해 언급했다. 조 교수는 양자역학이 물질의 가장 기본단위인 입자의 행동에 대해 다루는 만큼 약물의 분자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타깃 단백질'을 선정하고, 어떤 분자 물질(리간드)이 타깃 단백질에 잘 결합하는지 선별하는 '단백질-리간드 결합'이라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리간드가 타깃 단백질에 결합하면 단백질의 기능을 변화시킬 수 있는데, 신약 후보 물질이 리간드로서 효과적으로 결합해야 원하는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조 교수는 단백질-리간드 결합 과정에서 양자컴퓨터를 결합하면 기존의 방법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신약 후보 물질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를 통해 결합이 이뤄지는 영역을 더 작게 쪼개고, 이를 통해 더 중요한 영역을 식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사용 중인 디지털 컴퓨터보다 양자컴퓨터가 더 정확한 식별을 가능케 하려면 노이즈를 전부 제거하고 분자 궤도를 대표할 수 있는 논리 큐비트가 다수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수천개의 물리 큐비트가 필요하다. 이같은 성능을 가진 양자컴퓨터는 현재까지 상용화되지 못한 상태다. 이상을 구현할 실제 기기가 없는 셈이다.

이에 조 교수는 수백만~수억개의 무수한 분자 물질 가운데 질병 치료 잠재력이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식별하는 스크리닝 과정에 초점을 둬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양자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특정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면 스크리닝에 소요되는 시간을 훨씬 더 단축하고, 양자컴퓨터에 요구되는 큐비트의 양도 더 줄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해 조 교수는 "저희는 양자를 기반으로 한 단백질-리간드 결합 친화도 계산을 했는데, 아주 유망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가진 양자 하드웨어만으로는 아직 양자 우위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주 작은 큐비트만으로도 양자 기술을 활용하면 신약 후보 물질 생성에 아주 효율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신약 개발에서 양자 우위를 얻기 위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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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조은성 고려대 교수가 26일 일산 킨텍스 제2전시관 퀀텀 코리아 2024 행사장에서 진행된 '양자와 생명과학' 퀀텀플러스 세션에서 '양자머신러닝을 활용한 신약후보물질 디자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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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로 신약탐색 화학공간 확장…특허 위한 '신규성' 높이고 리스크는 낮춘다


노경태 연세대 연구특임교수도 양자컴퓨터가 신약 탐색에서 필수적인 '화학공간 확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화학물질 구조가 유사한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특허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양자컴퓨터가 이런 유사성을 벗어나기 위한 화학공간을 새롭게 생성하고 확장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 교수에 따르면 신약 탐색 및 개발은 그간 슈퍼컴퓨터,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활용하는 단계를 거쳐 이제 양자컴퓨팅 활용을 넘보고 있다. 양자 기술이 신약 탐색에 활용될 분야는 다양하지만, 특히 가상 스크리닝에 양자컴퓨팅을 도입해 '히트 컴파운드'를 확인하는 데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히트 컴파운드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스크리닝을 통해 발견된 특정 타깃 단백질 등에 높은 활성도를 보이는 화학물질을 의미한다. 타깃 단백질의 기능을 변화시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물질들인 셈이다.

또 노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신약 탐색에 도입하면 신약의 지적 재산권, 특허 분야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신규성'을 더 쉽게 확보함으로써 개발 리스크를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서는 "양자컴퓨팅을 도입하는 목적은 신규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낮추는 것, 이렇게 2가지로 볼 수 있다"며 "신약 개발은 특허 출원 과정에서 유사성을 벗어나는 게 가장 어려운데, 양자컴퓨팅으로 화학공간을 확장해나가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약 개발 필수 과정인 '단백질 접힘'도 양자컴 활용…안정적 구조 형성 기대


우상욱 부경대 교수는 신약 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인 '단백질 접힘(폴딩)'과 관련해 양자컴퓨터와 기존의 고전적 컴퓨터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단백질은 3차원 구조에 의해 기능이 결정되는데, 단백질 접힘은 단백질이 단순한 1차 구조의 아미노산 사슬에서 특정 기능을 가진 3차원 입체 구조로 변환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이해·조정함으로써 특정 질병에 관한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차단할 수 있게 된다.

단백질은 이렇게 접히면서 가장 안정된 에너지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는 에너지 요구사항 때문에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프러스트레이션(Frustration)' 현상이 나타난다. 이 현상은 단백질의 에너지 지형을 복잡하게 만들어 단백질이 잘못 접히거나 덜 안정된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을 높인다.

단백질 접힘은 이같은 난관을 뚫고 단백질이 특정 기능 수행을 위해 필요한 안정된 3차원 구조인 '본래 구조(Native Structure)'로 변환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 교수는 2010년대부터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단백질 접힘의 역사가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본래 구조를 찾아가는 단백질 접힘을 더 빠르게 이해·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전 컴퓨터보다 더 빠른 연산 능력을 지닌 양자컴퓨터는 프러스트레이션 현상을 처리하는 데에도 더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퀀텀 코리아 2024 행사는 25~27일 총 사흘에 걸쳐 진행된다. 최신 양자과학기술 트랜드를 확인하고 양자과학기술이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합하면서 가져올 혁신을 살펴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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