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기훈 국방대 총장, 박진희 육군 56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용민 전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 증인선거를 하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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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열린 야당 입법 청문회를 두고 말들이 많다. 여당과 보수언론은 '망신주기'라고 혹평하는가하면 '인민재판' 같았다고 비판한다. 입법청문회를 쭉 훑어봤다. 여당 비판대로 이날 청문회에서 고성이 많았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특히 새 국회가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위원들의 사건 숙지도 좀 부족했던터라 증인들에게 주요 대목에서 심층질문이 들어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입법청문회의 효능은 컸다. 특히 정회 무렵에 정청래 법사위원장 주도로 이뤄진 임성근 증인과 해병대 1사단 포병 7대대장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 간 쟁점 증언은 입법청문회의 백미라 할 수 있겠다. 아직 보지 않은 독자들에겐 유튜브에서 일독을 권한다. 입법 청문회가 맹탕이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청문회 덕택에 작년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이첩기록 회수를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진행했는가에 대한 새로운 팩트들이 음지에서 드러났다.
입법청문회에서 나온 신범철(당시 국방차관)과 유재은(법무관리관) 증인의 말을 종합하면, 8월 2일 낮 12시경부터 오후 7시까지 상황은 대한민국이 과연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인가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갖게 한다. 대통령은 자신을 '공화국의 지도자'로 인식하는지, 아니면 '왕'이라고 생각하는지 의문을 들게 할 정도이다.
외압의 그날, 8월 2일 통신기록과 증언을 바탕으로 그날 상황을 그려 본다.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우즈벡에 있는 이종섭 장관에게 사건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고 보고한 시각은 오전 11시 13분이다. 그로부터 4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각, 안보실 조태용 실장의 임기훈 국방비서관 전화를 필두로 대통령 안보실,공직기강비서관실, 국방부,경찰청,경북경찰청 간에는 거의 분단위로, 때로는 초단위로 통화가 오고간다. 임기훈 비서관은 "안보상 이유로 밝힐 수 없다"고 증언했지만 대통령의 2차 격노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국방부 장관은 해외에 나가있고 국방부는 난리가 났다. 유재은 증인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국방부,경북경찰청 간 분초를 다투는 전화가 오고갔던 오후 1시 30분 어간, 신범철 차관은 아예 법무관리관과 검찰단장 등 핵심 국방부 참모들을 모조리 불러놓고 대기했다. 그들은 대통령실에서 떨어지는 비상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처했다.
전시 상황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들은 대통령실과 경북경찰청 사이에서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떨어지는 하명들을 부랴부랴 소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증인 신범철은 "대통령과 통화는 이첩기록 회수와 관련된 것"이라고 얼떨결에 실토 했다. 대통령의 전화가 얼마나 무서웠는지,국방차관과 법무관리관,검찰단장 등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풀보다 빨리 눕는 모습으로 지시를 이행하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2023년 8월 2일은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비정상적인 통치의 날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입법 청문회는 8월 2일의 시시각각 상황을 특검을 통해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하게 심어주었다. 그날 상황을 파헤치지 않고 채 상병 사건 진실은 드러날 수 없게 됐다. 공익의 대표기관인 검찰이 해주면 좋겠지만, 국민의 상당수가 검찰을 믿을 수 없는 수사기관으로 불신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고 채 상병 영결식에서 해병대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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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에서 공수처 수사, 통화 기록 그리고 입법 청문회를 통해 그간 밝혀진 사실들은 모두 대통령을 꼭짓점으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을 제외하고 진상규명은 한 발도 나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따라서 특검을 누가 맡느냐는 것은 중대한 문제이다.
특검은 배의 선장과 같다. 선장은 기관장,조타수,선원들을 모두 뽑는다. 특검도 마찬가지다. BBK사건의 정호영 특검은 꼬리곰탕 조사로 유명하다. 서울 삼청동 곰탕집에서 곰탕을 먹으며 이명박 당선자를 조사했다고 해 붙여진 혹평이다. 당시 대법원장 추천을 받은 정호영 특검은 TK출신 답게 대부분 TK검사들로 파견검사를 구성했다. 수사 결과는 맹탕도 아니고 봐주기 수사였다. 그는 2018년 검찰 다스 수사팀에서 "부실수사를 했다"는 직무유기 혐의로 조사받는 진기록까지 썼다.
대법원장 추천, 대한변협 추전 등 특검 추천권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호영 특검에서 보듯 대법원장이 추천한다고 해서 진실 규명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특검 수사 결과는 특검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역대 특검들은 야당이 실질적으로 특검을 추천했을 때 모두 성과를 냈다. 내곡동 사저.드루킹,국정농단 특검 등이 모두 그러하다.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안은 야당이 2인의 특검 후보를 추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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