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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펄펄 끓는 지구촌…美 '열돔현상'에 1억명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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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 구장에 뜨거운 공기 가득찬 찜통 상태

예년보다 5~10도 이상 기온 올라

폭염 탓에 생산성↓…히트플레이션 우려도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폭염으로 지구촌이 펄펄 끓고 있다. 미국 전역에선 ‘열돔 현상’이 맹위를 떨치면서 미국 인구 약 30%인 약 1억명이 이상이 폭염 피해를 입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폭염 속 성지순례에 1300여명이 사망했고, 멕시코에선 원숭이가 열사병으로 최소 150마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확산하면서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생산력 저하로 경제적 손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물가상승 위험까지 겹쳐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도 긴장을 촉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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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남성이 미국 북동부에 폭염이 닥친 가운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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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륙 전체 덮을 정도” 열돔 현상에 신음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전역에서 벌어지는 폭염의 원인으로 열돔 현상이 지목된다.

상공의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밀어 내려와 돔 형태를 만들고 지면에 열을 가두는 현상을 뜻한다. 돔구장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차 찜통이 된 격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정 위치에 오래 머물며 몇 주에 걸쳐 지속할 수 있고, 예년보다 5~10도 이상 기온이 올라간다.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식생이나 토양 수분이 적은 대도시에서 발생할 위험이 크고, 공기가 정체되면서 대기 질이 악화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해양학자인 호스메 로페즈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박사는 “열돔은 직경 수천 킬로미터에 이르며, 최대 미국 대륙 전체를 덮을 규모로 확장될 수 있다”며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지속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최근 미 전역에 열돔 현상으로 고온 경보를 발령했다. 북동부 필라델피아 지역에서는 높은 습도 탓에 체감 온도가 섭씨 41도를 넘을 수 있다고 예보했다. 마크 체나드 NWS 기상학자는 “7월까지 미국 전역에서 주기적인 폭염이 계속될 것”이라며 “평년보다 높은 기온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인구의 약 30%에 달하는 1억명이 영향을 받고 있으며,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올 5월 말 기준 미국 내 폭염 관련 사망자 수는 41명이다. 세계 기온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던 작년엔 역대 최고인 2300명 이상을 기록했다. NOAA는 올해 최고로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을 60% 이상이라고 보고 있어 사망자 수는 늘어날 우려가 크다.

이미 지구는 펄펄 끓고 있다. 지난 5월 세계 평균 기온은 15.98도로 이전 최고였던 2020년 기록을 0.18도 웃돌며, 지난 175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5월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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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한 남성이 미국 북동부에 폭염이 닥친 가운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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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회·경제까지 뒤흔드는 폭염

폭염은 사회·경제적으로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일부 학군에서는 에어컨이 없는 학교가 많아 폭염을 이유로 여름방학 시작을 며칠 앞당겼다.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와 서부 캘리포니아 등 미국 각지에서는 고온으로 인해 에어컨 사용이 증가하면서 정전이 잇따랐다.

경제적 손실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틀란틱 카운슬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0년 폭염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가 1000억달러(약 139조원)의 경제 손실로 이어졌다. 2050년까지 그 영향은 연간 5000억달러(약 695조원)에 달하고, 사망자 수도 연간 6만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일례로 농업이나 건설 노동자 등 야외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폭염 속에서 작업할 경우 자주 휴식을 취해야하며, 작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생산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아틀란틱 카운슬의 오웬 가우 부국장은 “공장이나 건설 현장 등에서 작업 중 사고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폭염 탓에 전 세계적으로 국제 에너지 및 식량 가격이 오르는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폭염 등 이상 기후 현상에 옥수수, 커피 등 생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35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은 매년 식료품 가격을 0.92~3.2% 인상시켜 생활물가를 0.32~1.18% 올릴 것으로 관측했다.

또 냉방기기 사용이 증가하며 전 세계 발전량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의 LNG 공장이 정전되고 호주 핵심 LNG 공장이 셧다운 됐다. 씨티그룹은 “극심한 더위와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 수출 차질, 가뭄으로 인한 남미 수력발전 차질 등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가스 가격이 50~60%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 세계 폭염 확산 …사람도 동물도 피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아시아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지난 14~19일 이슬람 최대 성지인 사우디 서부 메카에서 열린 성지순례(하지) 기간 동안 참가자 1300여명이 사망했다. 메카에서는 지난 17일 최고 기온 51.8도를 기록했으며, 대부분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리스에서는 지난 12일 관측 사상 가장 이른 시기에 38도 이상의 날이 3일 이상 지속하는 폭염이 발생해 수도 아테네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아크로폴리스 유적지가 일시 폐쇄됐다.

멕시코에서는 올해 폭염으로 125명이 사망했고, 야생동물도 피해를 입어 열대우림에서 열사병으로 열사병에 걸린 흰코원숭이가 5월 초순부터 하순까지 최소 150마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

총선을 치른 인도에서도 폭염이 발생해 수도 뉴델리 일부 지역에서는 기온이 49도로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고 여러 투표소에서 투표소 직원 수십 명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해 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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