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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치킨값 올리자 들이닥친 국세청...가격인상 눈치 보는 외식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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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치킨 황금올리브 치킨./사진=b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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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가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정부가 물가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BBQ가 주요 제품 가격을 3000원 가량 올리면서 소위 '괘씸죄'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BBQ는 두 차례 가격 인상을 미루기도 했으나 결국 심층(특별)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서 외식 업계에서 이른바 '시범 케이스'로 낙인이 찍혔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 BBQ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 부터 심층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정확한 탈세 혐의는 드러나진 않았으나 5년 마다 받는 정기 조사가 아닌 특별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Q에 대한 세무 조사를 담당하는 조사4국은 규모가 큰 기업 등을 대상으로 비정기 조사를 담당하는 곳으로, 소위 '기업 저승사자'로 불린다. BBQ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BBQ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물가 인상을 막기 위한 정부의 '외식 업계 길들이기' 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BBQ가 단가 인상에 나선지 20일 만에 특별 세무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아무런 근거 없이 세무 조사를 하진 않겠지만,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 소비자들에게 특히 민감한 치킨 가격이 오르게 되니 세무 조사에 나선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달 초 엔데믹 호황, 고물가 시류에 편승한 생활밀착형 폭리탈세자 30명 등 서민의 생계 기반을 바닥내는 민생침해 탈세 혐의자 55명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국세청은 여러 번 대폭 가격을 인상한 외식 프랜차이즈를 주요 탈세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BBQ는 당초 지난달 24일부터 가격 올리기로 했으나 정부의 물가 인상 속도 조절 요구로 같은 달 31일로 미뤘고, 다시 이달 4일로 연기한 바 있다. 인건비와 올리브유 등 원·부자재 가격이 올라 가맹점주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단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게 BBQ의 설명이었다. 가맹점주들도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단가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BBQ 자체조사 결과 매출 상위 40% 가맹점의 올해 4월 매출액은 2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 가량 주는 등 운영난을 겪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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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치킨 자료사진./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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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인상폭은 평균 6.9% 정도다. BBQ는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 후라이드' 가격을 기존 2만원에서 2만3000원으로, '자메이카 통다리구이'를 2만1500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대신 BBQ는 전체 110개 제품 중 절반인 56개 제품의 가격은 동결하기로 했다.

외식 업계는 주요 프랜차이즈들이 세무 조사를 받게 되면서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정부의 물가 정책에 반하는 단가 인상에 나섰다가 BBQ와 같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고 쉽게 접할 수 있는 BBQ가 시범 케이스가 됐다"며 "당분간 다른 외식 기업들도 가격 인상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무리한 물가 억제 정책으로 외식 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단가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경우 재무 상황 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해외 외식 업체보다 국내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심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외식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가격이 오르는 게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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