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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달디달고 달디단 아이스크림' 캐나다 여름이 더 기다려지는 이유[통신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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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공원에서 만나는 시원한 아이스크림 트럭

친환경 변신으로 돌아온, 추억 속 아이스크림 카트

뉴스1

여름에 캐나다 공원과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는 아이스크림 트럭. 2024.06. 25/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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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크턴=뉴스1) 김남희 통신원 =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캐나다에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나를 비롯한 캐나다 사람들은 오후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여름이 짧고 소중하기 때문에, 낮은 햇살 아래서 얼음과 같은 아이스크림을 즐기는 것이 매우 특별한 시간이다.

오후 4시쯤에 공원에 나가면 저 멀리서 경쾌한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이 일제히 멈추고 노랫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기를 기다린다. 노랫소리와 함께 짠하고 등장한 것은 아이스크림 트럭이다.

우리나라의 1.5톤 트럭보다 조금 큰 밴 모양의 차 안에는 frozon yogurt(소프트 아이스크림),이나 아이스크림 바 등을 만드는 장비들이 실려 있고 차 외부에는 알록달록한 색깔과 예쁜 모양의 아이스크림 모양이나, 귀여운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아이들의 관심을 끌 만하다.

처음에 캐나다에 와서 아이스크림 차를 봤을 때는 혼자 피식피식 웃곤 했다. 1980년대 겨울밤, 골목마다 울려 퍼졌던 "찹쌀떡~!" "메밀~묵!" 소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21세기에, 그것도 선진국 캐나다에서 이렇게 골목마다, 공원마다 찾아다니는 아이스크림 차가 신기하면서도 정겹다.

그래서 굳이 사 먹지 않아도 저 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오늘은 언제쯤 올까?'하고 기다리게 된다. 안 오는 날이면 괜히 기다려지고, 아저씨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주 사 먹지는 않아도 이미 나는 마음의 단골이 되었다.

캐나다에서 아이스크림은 대형마트나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면 살 수 있지만, 상업 지구가 주택가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사러 가기가 불편하다. 또한 주변에 작은 슈퍼마켓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부모가 없으면 쉽게 아이스크림 사지 못한다.

그래서 이 아이스크림 차는 공원이나 아파트, 콘도, 외곽의 회사 지역 등 슈퍼와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이스크림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에게 가뭄의 단비를 내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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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만 문을 여는 아이스크림 가게는 캐나다 곳곳에 있으며, 이 가게들은 주로 캐나다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은 4천원부터 시작해서 주문에 따라 다르다. 2024.06.25/ ⓒ 뉴스1 김남희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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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단 음식을 좋아하는 캐나다인들에게 여름의 아이스크림 인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인기 만점이다. 1년 내내 영업하는 프렌차이즈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지만, 동네마다 그 동네의 시그니처 아이스크림 가게가 꼭 있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들은 1년 중 여름에만 반짝 문을 열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문을 열기 시작하면 여름이 드디어 왔다는 것을 느낄 정도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오후 3시에 시작해서 해가 지는 저녁 9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이렇게 짧은 기간만 판매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먹어 보고 싶은 마음에 한 시간씩 기다리는 것쯤은 꾹 참는다.

아이스크림 차나 가게는 모두 다양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며, 직접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도 판매한다. 가격은 한 스쿱에 약 4달러 (약 4천 원) 정도이며, 양을 추가하거나, 콘을 와플 콘으로 바꾸면 가격이 추가된다. 게다가 아기와 반려견을 위한 메뉴를 같이 파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있다.

그런데 올여름부터 새로운 아이스크림 판매 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 환경 오염의 주범인 오래된 아이스크림 디젤차를 대체하기 위해 환경친화적인 자전거를 이용한 아이스크림 차가 등장하고 있다. 이 차들은 전통적인 '디키 디(Dickie Dee)' 아이스크림 카트를 이어 세발 자전거를 개조한 아이스크림 카트 형태이다.

나와 같은 이민자들이나 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풍경이지만, 많은 캐나다인에게는 어린 시절 추억으로 남아있던 모습이다. 이 자전거 아이스크림 카트는 1950년대부터 시작되었으며, 그 시절에는 10대 상인들이 전국의 거리와 공원을 돌며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였다. 그들은 벨을 울리며 , 퍼지클(Fudgsicle)과 드럼스틱(Drumstick)을 포함한 다양한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또한 현재는 더욱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새로운 자전거 기반의 아이스크림 차들은 전기 모터나 인간의 힘을 이용하여 작동하며, 드라이아이스나 얼음주머니를 사용하지 않고도 아이스크림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트럭이 훨씬 편하겠지만 몸의 수고를 감수하면서도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다.

겨울이 긴 캐나다인들에게 짧은 여름은 늘 아쉽다. 짧게 문을 여는 아이스크림 가게와 여름에만 볼 수 있는 아이스크림 차도 늘 그립다. 하지만 캐나다인들에게 아이스크림은 추운 겨울을 잘 지내줘서 기특하다는 선물 같은 의미가 아닐까? 아쉬워서 더 소중하고 그래서 캐나다인들에게 아이스크림은 더 달콤하다.

zziobe105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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