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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복지위 청문회에서 의대 증원 갈등 책임 공방··· 임현택 막말 사과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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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왼쪽)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지나치며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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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의사단체가 국회로 자리를 옮겨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을 두고 또다시 맞붙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결정한 근거와 과정에 대해 캐물으면서 “밀실행정” “졸속안”이라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 의료계, 환자단체 등 주요 인물이 참석한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의대 증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측에서 조규홍 장관, 박민수 제2차관, 전병왕 보건의료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임현택 회장, 서울 의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강희경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과정과 규모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내년도 의대 정원 증원 규모인 ‘2000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오게 된 것인지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를 향해 “2월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 이전에 2000명이라는 숫자가 언급된 회의가 있었냐”며 “보정심 회의록에서 일부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회의를 하고 증원을 통보했다. 큰 문제를 이렇게 결정하는게 맞냐”고 물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2000명 증원안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후 비공개로 했다가 보정심 발표 이후에 바로 확정 발표했다. 이걸 보고 밀실 행정이라고 한다”며 “이게 바로 의료대란 사태를 만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2000명 결정이) 총선 전에 나왔고, 결국은 총선용 졸속안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가 역술인 천공의 본명인 ‘이천공’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심지어는 윤석열 대통령이 천공이라는 사람 때문에 2000명을 결정한 것이다, 이런 얘기들이 회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000명이라고 하는 숫자는 그냥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면서 “의·정협의체에서 네 차례에 걸쳐 수급 전망에 대한 논의를 했었고, 이와는 별도로 전문가 수급 전망에 대한 논의를 했었고, 전문가 포럼도 했었다”고 답했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2035년에 의료인력 수급을 하기 위해서는 10년 후를 내다본다”며 “의대 교육기간이 6년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5년이었다. 5년 동안 1만 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2000명 증원이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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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 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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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청문회에서 지금의 의료 공백 사태가 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의사단체 수장으로서 국민께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질문에 “현 (의료 공백) 사태는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손댄) 복지부 차관과 공무원들이 만든 것”이라면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덕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장도 “의대생 수가 100명 이상 증원되면 교수 수나 교육병원의 규모가 미흡한 상태가 될 것”이라며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교수 수나 교육 병원 규모가 (증원 규모에) 상응하게 증가해야 한다”고 임 회장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우리나라 의료가 그간 성과가 좋았지만, 최근 들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 증원을 포함해 의료개혁 4대 과제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 증원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대책을 통해 필수의료 과목들이 제대로 진료할 여건을 만들 수 있는 내용을 정책에 포함했다”며 “정당한 보상을 위해 수가 보상 체계를 바꾸고, (의사들이) 사법 리스크를 가장 어려워하기 때문에 그런 보호장치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측 인사들은 전공의가 넉달 넘게 의료현장을 이탈한 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설명만 내놨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어떻게 하면 의정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지 임 회장에게 묻자 “기본적으로 말하면 해결할 수 없다”며 “전공의와 의대생 등 젊은 의사들에게 복지부가 미래에 꿈이 없다는 메시지를 줬고 그들을 범죄자, 노예 취급했기 때문에 돌아올 가능성이 제로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논의할 수 있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이 취소된다고 하면 협상 테이블로 나오겠느냐고 묻자 “기본적으로 전공의들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도 “관건은 전공의들”이라며 “전공의들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는 내가 말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채택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참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임현택 의협 회장의 평소 거친 언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임 회장이 2021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서 강 의원에게 ‘XX여자’라고 막말한 것을 거론하면서 그의 평소 언행을 지적했다. 강 의원은 임 회장에게 “창원 지법 판사에게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 했다가 고발당했고, 조규홍 장관에게 ‘조규홍 말을 믿느니 김일성 말을 믿겠다’라고 했고, 의원들에게 ‘십상시’라고 했다”며 “사과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임 회장은 “국민이 가진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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