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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fn사설] 야당 파격 K칩스법, 반도체 지원 경쟁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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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100조 지원안 공개, 당론 추진
정부·여당 협력해 입법 속도 내길


파이낸셜뉴스

국회에서 질의하는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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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 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 K칩스법을 공개했다. 올해 일몰 예정인 세액공제 기한을 10년 뒤인 2034년까지 연장하고 세액공제율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이에 따르면 세액공제율이 10%p씩 올라 대기업은 반도체 투자세액의 25%, 반도체 R&D 세액의 40%를 공제받고 중소기업은 투자세액의 35%, R&D 세액의 50%까지 공제받는다. 반도체 생산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산업용수 공급과 기반시설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의무화한 조항도 있다. 국민의힘이 추진 중인 법안과 비슷한 대목도 있지만 지원 규모에선 더 파격적인 면도 보인다.

대표 발의에 나선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다음 주 초 이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 의원이 제시한 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민주당은 새 국회 개원과 함께 상임위 독식, 막무가내 입법 폭주, 갑질 청문회 등 잇단 파행으로 비난을 샀다. 시간이 흘러도 반복되는 구태에 국민들 실망도 말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런 최근 행보와 비교하면 나아진 모습이다.

민주당표 K칩스법은 야당의 정책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추진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야당 때문에 반도체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책임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여러 의도가 있겠지만 산업과 국가경제를 최우선으로 두고 여당과 건강한 반도체 지원 경쟁을 벌인다면 환영할 일이다. 대신 입법 공로에 집착하지 말고 산업의 실질적인 지원과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양측이 추진 중인 법안들을 보면 이견이 없는 조항도 상당수다. 소모적인 대결을 줄이고 협치에 진심을 보인다면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국가대항전이 한창이다.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 이기기 힘든 전쟁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우리 정부도 부랴부랴 여러 대규모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총력전을 펼치는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최대 15%를 보조금으로 돌려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천문학적 규모의 투자를 발표한 것도 보조금 효과다.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이 반갑긴 하지만 이로 인해 국내 고용과 성장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은 심각히 고려할 사항이다. 미국의 파격 지원책은 국내 기업뿐아니라 대만의 TSMC 등 세계 칩 강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이를 벤치마킹하듯 일본도 반도체 투자액의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각국이 과감한 지원책을 서두르는 것은 인공지능(AI)시대 반도체 생태계를 광범위하게 구축해야 미래 산업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 이런 급박한 구도에서 뒤처지지 않게 과감한 지원책으로 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책무라 할 것이다.

여야가 추진 중인 법안들에 보완할 부분도 적지 않다. 세제 혜택뿐 아니라 전력 공급 등 인프라 지원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공장에는 막대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데 송배전망을 비롯한 전력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실효성 있는 세부 계획이 보강돼야 한다. 신속한 입법 처리도 더없이 중요하다. 정치권의 협력과 선한 경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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