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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사설] 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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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과 제현주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가 2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에서 영상을 통해 대담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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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정치 시스템이 위기를 맞고 있다. 정치적 극단주의가 득세하면서 혐오와 차별은 일상이 됐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공동체는 분열·붕괴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까지 더한 ‘이중의 위기’ 속에 시민의 삶은 불안에 내몰렸다. 한반도 역시 이런 흐름에서 비켜나 있지 않다. 남북 간 긴장과 적대는 최고조에 이르고, 한국 사회 내부 갈등도 그 어느 때보다 깊다.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묻는다. 경향신문이 26일 <2024 경향포럼>에서 세계적 정치인·석학들과 함께 ‘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이다’를 주제로 해법을 모색했다.

정치 지도자들과 석학들은 극단주의가 혐오와 차별을 통해 사회 분열을 만들고 악용하는 정치 현실을 우려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대담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일부 정치인이 두려움을 만들고 혐오를 조장하며 ‘우리 대 그들’ 구도로 가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위험한 민주주의>의 저자 야스차 뭉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한국에서도 ‘진정한 국민’ ‘우리 편만 애국’ 등을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는 것으로 안다. 바로 포퓰리즘적 주장”이라고 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는 “혐오는 결국 권력이 만들어내는 것으로, 그들의 소유한 재원과 자본의 독점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자스민 전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내총생산(GDP)의 높고 낮음에 따라 외국인을 차별하는 한국의 ‘GDP 인종주의’를 꼬집고 이를 증폭시키는 정치를 개탄했다. 특히 국제정치학계 석학 옌쉐퉁 중국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포퓰리즘이 당분간 동력을 얻을 것이고, 그로 인한 분열이 또 다른 국제적 분쟁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지정학적 대치 최전선인 한반도에서 긴장을 부추기는 움직임에 대한 경고로도 들린다.

해법은 결국 “서로를 구분하고 타인을 희생시키는 대신 함께 더 나아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클린턴)는 조언대로 포용과 다양성, 그를 위한 연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다양성과 포용은 극단주의의 배타성에 맞서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관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수는 “경쟁사회를 넘어선 초협력 사회, 정치혐오를 넘어 토론·숙의의 공론장이 이끌어가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태현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은 능동적 시민에서 찾을 수 있다”며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사회의 각 영역에서 극단주의가 허물고자 하는 그 다양성과 포용을 지켜냄으로써 극복될 수 있다. 정치는 혐오와 갈등을 키우는 팬덤 정치가 아닌 다원적 민주주의를 모색하는 관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대화와 설득의 정치로 복귀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사회와 정치의 근간인 시민들부터 혐오와 차별을 용납하지 않으며, 상대를 인정하고 연대하는 관용의 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위기는 곧 삶의 위기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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