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의 사망자를 낸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이 생산·인력 관리직원 부족에 시달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계로부터 50인 이상 화학물질 사업장에 대한 안전관리자 선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 회사가 창업 이후 5년간 적자경영을 이어오며 직원 수급과 배치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잡코리아·사람인 등 채용정보 사이트 등에 따르면 아리셀은 2020년 5월 출범해 올해 5년 차를 맞았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에스코넥의 자회사로 자본금 250억원, 연매출 47억원(2023년 기준)의 배터리업계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부채만 241억원(부채비율 96%)에 달해 자본잠식을 앞두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 수년간 생산관리팀 사원 채용 공고가 끊이지 않았다. 주임∼대리급을 뽑는 공고에선 채용자의 업무를 △생산라인 공정 관리담당 △인력관리 △생산실적 관리 △재고 및 자재관리로 못 박았다. 3만5000여개의 리튬배터리를 보관·포장하다 폭발사고가 난 3동의 업무 영역과 겹친다. 생산관리팀에서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들을 관리하고 공정과 생산된 제품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규 생산직 공고가 뜸해지던 2022년부터는 생산관리직 채용 공고가 반복됐다.

현재 아리셀은 비상구 미설치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위반, 무허가 파견 업체로부터 근로자들을 공급받은 파견법 위반, 50인 이상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면 선임하게 돼 있는 안전관리자 미선임의 3가지를 의심받고 있다.

아리셀의 안전불감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화성소방서 남양119안전센터는 3월28일 아리셀 공장의 소방 여건을 조사한 뒤 화재와 인명피해 발생 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19일 전인 지난 5일에는 화재예방컨설팅까지 받았음에도 아리셀은 별다른 안전 조치를 취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전날 브리핑에서 “안전교육이 충분했고 불법적 사항은 없었다”고 밝히는 등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 유무 등에 관한 본지의 추가 질의에는 침묵하고 있다.

화성=오상도 기자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