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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증세 반대’ 케냐 시위대, 의사당에 불 질러…경찰 발포에 최소 13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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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법안 결국 가결…오바마의 이복누나도 시위 동참

경향신문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25일(현지시간) 벌어진 증세 반대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이 쏘는 물대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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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청년들의 증세 반대 시위가 25일(현지시간) 의회 표결을 기점으로 더욱 격화하고 있다. 시위대는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으로 진입해 불을 질렀고, 경찰이 최루탄과 실탄을 동원해 진압하면서 사망자가 잇따랐다.

AP통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증세 법안 철회를 촉구하며 의회를 향해 행진했다.

전날까지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경찰이 의회로 가는 길을 봉쇄하면서 과격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저지선을 넘어 의사당 내부까지 진입해 가구 등을 망가뜨리고 의사봉을 훔쳤다.

건물 일부엔 불을 질러 의사당 안팎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CNN은 전했다.

경찰은 최루탄과 살수차, 실탄까지 사용해 진압에 나섰다. BBC는 길거리에 군대도 배치돼 있었다면서 “피 웅덩이 속에 누워 있는 시신들이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사이먼 키곤두 케냐의사협회장은 이날 경찰의 총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아울러 수도 나이로비의 케냐타국립병원 관계자는 “160명의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일부는 총상을 입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이복누나인 아우마 오바마도 시위에 동참했다. 아우마 오바마는 이날 시위 현장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던 중 최루탄을 맞았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그는 “케냐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이 젊은이들은 케냐 국기와 팻말만 들고 있는데 어떻게 자국민에게 최루탄을 던질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발 이 젊은이들의 말을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이던 2015년 케냐를 방문했을 때 아우마 오바마와 만난 적이 있다.

시민들의 반대에도 의회는 이날 찬성 195표, 반대 106표로 새로운 재정 법안을 가결했다. 표결 이후 의원들은 시위대를 피해 지하 통로를 통해 빠져나갔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이 14일 이내에 법안에 서명하면 법안은 발효되며, 루토 대통령이 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증세 법안을 밀어붙인 루토 대통령은 이번에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루토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의 의사당 진입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같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격해지면서 서방도 우려를 표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케냐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대화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혜린·김서영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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