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4일 조기 총선을 치르는 영국 정계가 ‘선거 도박’ 스캔들로 시끄럽다. 여야 정치인들이 선거 결과 등을 맞히는 도박에 판돈을 건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영국은 도박 대상 이벤트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내부 정보를 이용해 도박에 참여하는 경우 등은 처벌한다. 심지어 자신의 패배에 판돈을 건 총선 출마자도 등장했다.

2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 케빈 크레이그(사진) 후보는 자신이 출마한 센트럴 서퍽·노스 입스위치 지역구의 보수당 승리에 돈을 건 사실이 드러나 규제 당국인 도박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크레이그는 “몇 주 전 승리가 어렵다는 생각에 누가 이기든 지역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는 생각으로 돈을 걸었다”며 “큰 실수였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노동당은 그의 후보 자격을 정지했다.

집권당인 보수당에서도 선거 도박 논란이 일었다. 도박위원회는 보수당 선거운동 책임자인 토니 리, 그의 아내이자 브리스톨노스웨스트 지역구 보수당 후보인 로라 손더스를 조사하고 있다. 보수당 소속 리시수낵 영국 총리의 보좌관 출신으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한 크레이그 윌리엄스도 선거 도박에 100파운드(약 17만5000원)를 걸어 5배 수익을 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 총리 경호팀 경찰관도 돈을 건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들은 총선이 예상과 달리 가을이 아닌 7월에 치러질 거라는 쪽에 판돈을 걸었다. 앞서 지난달 22일 수낵 총리는 “영국이 미래를 선택할 때”라며 7월 조기 총선 일정을 발표했다.

선거 도박 스캔들은 공교롭게도 수낵의 ‘정치적 도박’에서 비롯했다. 수낵의 취임 이후 영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보수당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다. 수낵 총리는 차라리 일찍 선거를 치르면 그나마 건질 의석이 있다는 계산에서 조기 총선에 ‘베팅’했다. 그러나 인디펜던트 등 현지 언론은 최근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 노동당(42%)이 보수당(23%)을 19%포인트 앞선다고 보도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