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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화성 화재 키운 '리튬 전지'…규제·진압 매뉴얼 사각지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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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은 제3류 위험물인데 배터리는 규제 비껴가

리튬 배터리 진화 어려워…사전 예방 철저히 해야

뉴스1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단이 25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6.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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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설 기자 = 대규모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취급하는 리튬 배터리 일차전지가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대응 매뉴얼이나 관리 기준상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이차전지에 비해 화재 위험이 적어 보였던 일차전지에 대한 안전기준과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리튬은 '제3류 위험물'로 분류돼 있고 위험물안전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적용을 받아 리튬 보관과 운반도 법에 규정된 방법을 따라야 하지만 '리튬이 들어간 배터리'는 규제에서 비껴가 있다. 아리셀 공장 2층에 리튬 배터리 3만 5000개가 한꺼번에 보관돼 있었던 것도 위험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위험물안전관리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하루 동안 사용하는 리튬양이 50㎏이어야 하는데 (아리셀은) 법정 기준량에서 미달했다"고 설명했다.

아리셀이 보유하던 리튬 배터리는 대부분 한 번 사용하고 충전 없이 폐기하는 일차전지인데 일차전지는 이차전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재 위험성이 작다고 여겨져 세부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소방청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에도 일차전지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 소방청은 '금속화재' 대응 매뉴얼에 따라 마른 모래 등을 활용하려다 이미 배터리가 다 타버린 상태라 물로 진압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번엔 리튬이 극소량으로 확인돼 일반적인 진압 방식을 택했으나 물로 진압할 수 없는 경우도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도 리튬 배터리의 활용이 많아지면서 일차전지에 화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관리학부 교수는 "리튬 전지는 화재가 발생하면 물로 끄기 어려워 냉각하는 방식으로 진압해야 하는데 건물은 쉽지 않다"며 "화재 사례가 자꾸 발생하기 때문에 사후약방문이라도 SOP에 대한 보충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리튬전지에 불이 붙었을 때 진화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불이 옮겨붙지 않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번 화재도 1개의 리튬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이 다른 배터리로 옮겨붙으면서 연쇄 폭발이 일어나 참사로 이어졌다.

채 교수는 "위험을 분산할 수 있도록 한 곳에 배터리를 모아놓지 말고, 소분해 보관하도록 하고, 열폭주가 일어나기 전 발생하는 가스를 미리 감지해서 소화약제를 분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소방청도 일차전지 화재 이후 전수조사에 나섰다. 다음 달 9일까지 전국 전지 관련 213개 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화재 안전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리튬전지와 같은 화학물질에 대한 소화약제를 새롭게 개발할 예정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 사례가 없다"며 "소화약제를 개발한다고 해도 소방청이 갖고 있을 건지, 공장에서 쓸 수 있게 할지, 또 전지뿐만 아니라 주변 가연성 물질로 인해 화재가 커진다면 특수약제로만으로도 진압이 가능할지 다양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전했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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