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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 디자이너는 안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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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배송 로봇 ‘개미’ 생산하는 로보티즈
산업용 로봇팔 ‘인디’ 제조사 뉴로메카
“AI는 사람 위한 디자인 하기엔 부적합”


“로봇은 인공지능(AI)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역설적으로 인간 친화적인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제품을 단순히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 이후에 사람 손을 더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로봇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후관리, 유지보수, 제작 오류 보완 같은 사후에 발생하는 문제를 사람이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죠.”

실외배송용 로봇 ‘개미’를 생산하는 로보티즈의 유일한 로봇 디자이너인 정경한 프로는 AI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 디자이너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며, 따라서 AI가 빠른 시일 내에 인간 디자이너의 일자리를 뺏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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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로봇 ‘개미’가 디자인되는 모습. <사진=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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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오픈AI의 ‘달리(DALL·E)’, 미드저니의 ‘미드저니’, 스태빌리티의 ‘스테이블 디퓨전’를 비롯해 이미지 생성 AI가 말만 하면 디자인을 ‘뚝딱’ 완성시켜주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정 프로는 AI가 디자인을 훌륭하게 디자인해주는 시대가 왔지만 ‘사람을 위한 디자인’의 시대는 멀었다는 평가했다.

그는 “2D 디자인은 AI가 기술적으로 해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제품은 3D고, 설령 AI 기술을 3D 프린터에 접목시켜 제품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입력대로 결과물이 안 나오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다 오류 발생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정 프로는 “개미 3세대까지는 금속을 사용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유려한 곡선을 구현해 내기 어려웠고, 안전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며 “4세대부터는 ABS라는 생활용 플라스틱(세탁기나 청소기 등에 사용됨)을 이용해 제작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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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곡 로보티즈 본사에 전시된 배송로봇 ‘개미’. 왼쪽부터 1세대, 2세대, 2.5세대, 3세대, 4세대로 진화했다. <사진=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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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울 마곡동에 위치한 로보티즈 본사에 전시된 ‘개미’를 살펴봤다. 처음 출시됐던 개미 1세대는 크기가 훨씬 크고 무게도 더 많이 나가며, 모서리 부분이 굉장히 날카로운 편이었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크기가 작아지고 경량화되며, 모서리가 둥글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개미 4세대는 이전 디자인과 비교하면 훨씬 더 작아졌고, 더 부드러운 곡선형 구조로 이뤄진 모습이었다.

3세대까지는 내부에 탑재됐던 더듬이 모양 안테나(GPS 송수신·관제센터와 통신 담당)가 4세대부터는 바깥으로 노출돼, 개미라는 이름에 걸맞게 디자인됐다. 4세대부터는 눈도 있어, 특히 어린아이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고 귀엽다는 게 로보티즈의 평가다.

정 프로는 “로봇이 바깥에서 돌아다니게 되면 사람과 부딪힐 수도 있고 사람이 만질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로봇과 사람 모두의 안전문제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인본주의적인 디자인’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런 영역까지 AI가 해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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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메카가 개발한 로봇팔 ‘인디’. <사진=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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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 ‘인디’를 만드는 뉴로메카에서 제품 디자인을 맡고 있는 엄진용 매니저도 AI가 인간 디자이너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 매니저는 “AI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이 입력해 넣은 레퍼런스, 즉 개개의 케이스에 대한 학습이 없으면 아무 역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외관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디자인 하나를 만들고 시장에 내놓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뉴로메카가 처음 인디를 개발할 때는 다양한 경쟁사들이 만든 로봇을 조사하고 유사 제품을 조사해 좋은 점을 찾아내서 담아내려고 했고, 새로운 조형을 만들기 위한 조사까지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뉴로메카 본사에는 ‘인디’가 커피를 만들어주는 카페가 있다. 인디의 팔 끝에 ‘그리퍼’라는 일종의 인공 손가락 관절을 끼워 커피를 생산해내기 위한 최적의 형태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뉴로메카 직원들은 카페에 가서 바리스타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했다. 커피 홀더를 반자동머신에 끼우거나 컵을 잡는 등 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해내야 하는데, 이 역시 철저한 관찰을 통한 시장조사가 필요한 것이다.

엄 매니저는 “이처럼 상황에 따라 다른 용도에 맞게끔 그리퍼를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AI의 힘으로는 하기 어렵다”며 “좋은 기술만 있고 사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사용을 할 수 있게끔 구현해 줘야 하기 때문에, 인간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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