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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대법, ‘부산 초량 지하차도 참사’ 공무원들 과실치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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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7월23일 부산 동구 초량지하차도 참사 당시 흘러내린 빗물로 저수지가 되는 과정이 담긴 시시티브이(CCTV). 부산 동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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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7월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동구 부구청장 등 일부 공무원들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했다. 업무상 과실은 있지만 참사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부산시 공무원 9명 가운데 당시 부산시 재난대응과장, 동구 부구청장, 동구 담당 계장과 주무관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27일 확정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른 동구 공무원 4명에 대한 집행유예와, 허위로 점검표를 작성해 경찰에 제출한 동구 공무원 1명에 대한 벌금형도 확정했다.



지난 2020년 7월23일 밤 시간당 80㎜의 집중호우가 내린 초량 제1지하차도에선 차량 6대가 순식간에 불어난 물에 잠기면서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같은날 저녁 8시께 부산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됐지만, 이 지하차도는 출입통제 시스템이 3년 동안 고장 난 채 방치돼 차량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초량지하차도는 출입통제 시스템이 있었는데, 당시 제대로 지침이 지켜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 대비책을 갖춰놓더라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이 이 사건에서 드러났다. 사고 발생에 대한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과실과 참사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모두 유죄 판결했다.



1심 법원은 당시 휴가 중인 구청장을 대신해 직무대행을 했던 동구 부구청장에 대해 금고 1년2개월을, 전 동구 도시안전과장과 안전총괄계장에게도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었다. 공무원들의 과실은 크게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인) 비상 2단계로 격상하지 않았고, △차량 진입을 통제하지 않은 것 두가지인데, 이같은 과실이 참사의 원인과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다는 취지다.



우선 사고 당시 기상특보 상황을 부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적절한 조처를 건의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부산시청 재난대응과장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은 인정되나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도 호우경보 ‘비상 2단계’로 격상하는 등 조처로 참사를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기후 상황을 감안했을 때 피해자들이 지하차도로 진입하기 직전의 부산 전체 상황이 호우경보 단계 격상을 할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재난대응과장은 호우경보 격상 권한도 없었다.



동구 부구청장에 대해선 “동구청장이 휴가 중 호우경보 발령과 동시에 복귀했으므로 직무대행자로서의 지위가 끝났고, 설령 (참사 발생 전인) 호우주의보 발효 당시 부구청장에게 업무상과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참사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동구 건설과에서 일하던 공무원들은 재해문자전광판 고장 사실을 알고도 수리하지 않았고, 후임자들에게 고장 사실도 전달하지 않은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는데 이들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부서로 발령받은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시점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상과실과 참사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회의를 하지 않았는데 한 것처럼 꾸미거나, 재해문자전광판 시스템을 수리하지 않고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은 부산시 동구 공무원 4명과 수사 과정에서 허위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1명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러한 항소심 판단을 확정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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