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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3시간 만에 끝난 볼리비아 쿠데타…“대통령이 시켰다” 정국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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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 윌슨 산체스 볼리비아 신임 합참의장이 26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전임 볼리비아 합참의장을 포함한 군부 일부는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대통령궁에 진입했다 3시간여 만에 철수했다. 라파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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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에서 군부가 26일 무장 병력을 동원해 대통령궁 진입을 전격 시도했으나 3시간 만에 실패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확산한 정치 불안과 경제 위기 등 내부 혼란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3시께 무장한 볼리비아군 장병들은 수도 라파스 무리요 광장에 집결해 탱크와 장갑차 등을 앞세워 대통령궁으로 진입을 시도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군 병력은 청사 밖 곳곳에 배치돼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했고 일부 군인은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쿠데타를 주도한 합참의장 후안 호세 수니가 장군은 대통령궁 앞에서 “군은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 30, 40년 동안 몇몇 같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가 아닌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영상 성명을 내어 “우리는 다시 한번 볼리비아 국민의 목숨을 앗아갈 쿠데타를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히 맞섰다. 또 육해공군 최고위 지휘관을 전격 교체했다. 대법원과 경찰,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등이 군의 쿠데타 시도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무리요 광장에 모여든 시민들은 군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새 군지휘부의 복귀 명령을 받은 군 병력이 해산하면서 쿠데타 시도는 3시간 만에 종료됐다. 수니가 장군은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수니가 장군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예고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막아서기 위해 쿠데타를 감행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4선 이상 금지’라는 볼리비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선 출마길이 막혔으나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 동맹 관계였던 아르세 대통령과도 갈라서면서 내부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수니가 장군은 그동안 “군대는 모랄레스를 막기 위한 적법한 모든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는 등 군의 정치적 개입을 연상하는 발언을 해왔다.



동시에 외환 보유고 부족 사태와 물가 위기 등도 쿠데타를 부추긴 요소로 꼽힌다. 구스타보 플로레스마시아스 코넬대 교수(공공정책학)는 시엔엔(CNN)에 “경제적 측면에 관해” 널리 퍼진 볼리비아 내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볼리비아는 1825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약 200년 동안 190번의 혁명운동과 쿠데타를 겪을 만큼 정치 불안정이 계속돼왔다. 국제사회는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루이스 알마그로 미주기구(OA) 사무총장은 “군대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시민권력에 복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볼리비아의 헌법 질서를 방해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전복하려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고 했다.



한편, 수니가 장군이 체포되면서 쿠데타 시도에 “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을 두고 진실 공방이 오갈 조짐이다. 이반 리마 법무부 장관은 이를 두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거짓말”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고 에이피 통신은 덧붙였다.



한겨레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26일 수도 라파스의 대통령궁 앞에서 지지자와 언론 매체에 둘러싸여 두 손을 불끈 쥐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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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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