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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 국격 떨어뜨리는 국회, 국민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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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에게 의사일정 진행 관련 항의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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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 희화화하는 국회의원들





부디 선량의 품격과 기본적 소양부터 갖춰 가길



어제 국민의힘 몫 국회부의장과 7개 상임위원장이 선출되며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됐다. 지난달 30일 개원 이후 28일 만이다. 어렵게 22대 국회가 모습을 갖춰 출범한 만큼 그동안 놓쳤거나 시급한 현안들에 대해 보다 신속하고 진지하게 임하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들이 여의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야가 매한가지다. 압권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언행이다.

정 위원장은 지난 25일 여당 간사 선임의 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에게 “저기요, 그런데 위원님 성함이 어떻게 돼요”라고 물었다. 상대방 재선 의원을 조롱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유 의원에게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했다. 검사 출신인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더 잘했다”고 맞받아쳤다. 양측은 국회 윤리위원회에 서로를 제소한다고 한다. 참으로 유치할 뿐이다. 국회법을 얼마나 공부한지 모르겠지만 그 이전에 국회의원으로서의 격,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소양부터 갖추길 바란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오간 ‘자격 미달’ ‘전과 X범’ 논쟁도 낯뜨겁다. 민주당의 한 의원이 국민의힘 김장겸(전 MBC사장) 의원을 지목해 “피감 기관인 MBC와 민사소송 중”이라며 상임위 재배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돌연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의 실명을 대며 전과를 열거했다. “▶A의원 전과 2범 ▶B의원 음주운전 전력 ▶C의원 전과 3범 ▶D의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 중”이라고 꼬집었다. 최민희 위원장을 향해선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를 ‘아버지’라 부르던데, 조금 있으면 최 위원장이 ‘어머니’로 등장할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은 억울할지 모르나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는 국회 해석이 있었다”고 잘라 말하면 끝날 일이었다. 욱한 마음에 급발진하다 보니 전혀 논점이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26일 의료계 비상상황에 관한 청문회가 열린 보건복지위원회도 그랬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의사협회 회장에게 “21대 국회 때 저한테 ‘미친 여자’라고 그러셨죠”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곤 임 회장의 과거 막말을 열거했다. 언행에 문제가 많은 임 회장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날 청문회는 현 의료대란의 해법을 도출하는 청문회였다. 온 국민의 관심사였다. 거기에 자신의 분풀이성 발언을 들고 나왔다.

OECD 35개국 중 한국 국회의 효과성은 34위다. 하지만 세비는 3위(국민소득 대비)다. 생산성 불균형의 극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정치를 희화화하고, 아이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될 정도로 국민을 부끄럽게 하는 의원들에게 이런 특권을 퍼주는 게 과연 옳은 건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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