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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매머드 멸종, 근친번식 탓 아냐”… DNA 분석해 기존 학설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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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연구팀, 국제학술지 발표

근친번식으로 일어난 돌연변이

최후 개체군 생존에 영향 미미

“무작위적 사건 탓에 멸종한 듯”

동아일보

1만∼4만 년 전 서식했던 대형 포유류 매머드의 상상도.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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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매머드의 멸종 직전 마지막 번성기의 비밀을 유전자(DNA) 분석으로 풀어냈다. 개체 수가 줄면서 어쩔 수 없는 근친 교배에 따른 해로운 돌연변이가 멸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근친 교배로 인해 매머드가 멸종했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결과다. 유전적 요인이 아닌 특정 사건 때문에 매머드가 사라졌을 가능성이 제기된 셈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고생물 유전학센터 연구팀은 매머드 마지막 개체군에 해당하는 무리가 특정한 섬에 분리돼 6000년 동안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느린 속도로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를 27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했던 마지막 매머드는 1만 년 전 해수면이 상승하고 섬이 본토와 단절되면서 시베리아 연안의 브란겔섬에 고립됐다. 브란겔섬에 고립된 뒤 6000년간 살았던 매머드는 고립될 당시 최대 8마리에 불과했지만 20세대 만에 200∼300마리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브란겔섬 고립 현상이 매머드 개체군의 유전체에 미친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브란겔섬의 털매머드 14마리와 고립 현상이 일어나기 전 본토 개체군 7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 유전체 샘플은 매머드가 존재했던 지난 5만 년 동안의 유전자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매머드의 유전적 다양성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분석 결과 본토 조상에 비해 브란겔섬 매머드 게놈은 근친 교배의 흔적과 낮은 유전적 다양성 징후를 보였다. 전반적으로 낮은 유전적 다양성 외에도 척추동물 면역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전자들의 다양성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종의 근친 교배는 유전적 다양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돌연변이를 유발한다. 낮은 유전적 다양성은 특정 생물종의 멸종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또 매머드가 브란겔섬에 서식한 6000년 동안 매머드의 유전적 다양성 감소 속도가 매우 느렸다는 사실도 밝혔다. 6000년 동안 서서히 생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수준의 유전자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한 개체가 전체 종에 영향을 줄 만큼의 극도로 해로운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면 종 전체가 살아남기 어렵다.

연구진은 “브란겔섬에 살았던 매머드의 유전체에는 근친 교배의 흔적이 발견됐고 유전적 다양성도 낮았다”며 “그렇다고 이 같은 특성이 멸종의 결정적인 증거에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로베 달렌 고생물 유전학 센터 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매머드의 개체 수가 줄어들면서 근친 교배 등 유전적인 이유로 멸종할 운명이었다는 기존 이론을 뒤집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매머드 멸종에는 무작위적인 사건이 작용했을 것이며 무작위 사건이 없었다면 오늘날에도 매머드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분석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보존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마리안네 데하스케 고생물 유전학 센터 연구원은 “매머드는 현재 살아남은 다양한 생물 개체군의 운명을 미리 보여준다”며 “현재 진행 중인 생물 다양성 위기와 한 종이 개체 수 병목 현상을 겪을 때 유전적 관점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매머드의 멸종 직전 마지막 300년에 대한 유전체 분석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근 이 시기 서식했던 매머드의 화석을 입수한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매머드 최후의 순간의 비밀을 밝힐 계획이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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