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앞에 설치된 그늘막에서 시민들이 보행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폭염으로 서울 자치구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막과 쿨링포그 등 폭염 저감 시설을 추가 설치한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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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온실가스 농도가 지난해에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1999년 관측 시작 이래 매년 상승세다.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 농도도 일제히 높아졌다. 한반도 대기 중 온실가스가 짙어지면서 극한폭염도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28일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발간한 ‘2023 지구대기감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안면도 기후변화감시소에서 측정한 이산화탄소 배경농도는 역대 최고치인 427.6ppm이었다. 배경농도란 자연적·인위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중 생태계에 흡수된 뒤 대기 중 남은 양을 뜻한다. 제주 고산(426.1ppm)과 울릉도(425.6ppm)의 측정값도 최고치였다. 이산화탄소는 전체 온실가스 중 약 80%를 차지한다.
2022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5,450만 톤으로 2021년 대비 3.5% 줄었지만 이산화탄소 배경농도 상승을 막진 못했다. 대기 중 누적량이 많아 농도가 계속 짙어진 탓이다.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없다면 기후위기를 막기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 해양대기청이 측정한 지난해 전 지구 이산화탄소 배경농도(419.3ppm) 역시 전년보다 2.8ppm 증가한 역대 최고치였다.
다른 온실가스들도 최고 농도를 경신했다. 안면도 감시소에서 측정한 메탄 연평균 농도는 지난해 2,025ppb로 전년보다 14ppb 증가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체류시간은 짧지만 온실효과는 약 28배 강하다. 또 다른 강력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는 338.8ppb, 육불화황은 12.2ppt로 각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반도에 내리는 비의 산성도(pH)도 강해지는 추세다. 2007년 4.4~4.7 정도였던 강수 산성도는 점차 증가해 2023년엔 4.9~5.6으로 나타났다.
28일 영국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가 분석한 서울의 30년간 폭염 증가 추세. IIED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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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경농도 상승은 극한 기상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영국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가 공개한 인구 3억 명 이상 대도시 20곳의 폭염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 30년간 가장 급격히 더워진 도시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각 도시의 공항 기온관측 데이터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서울은 1994~2003년 10년간 일 평균 35도 이상 극한폭염(한국 기상청 기준은 33도 이상)이 나타난 날이 9일이었지만, 2004~2013년엔 17일, 2014~2023년엔 58일로 늘었다. 30년간 극한폭염일수가 6.4배 급증한 셈이다. 이 기간 전체 조사 대상 도시에서 극한폭염 발생일이 평균 52%가량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터커 랜즈먼 IIED 선임연구원은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최대 대도시의 극한 폭염일수가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고 도시 열섬 효과가 더 악화됐다”며 “수백만 명이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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