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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부산 '구더기 치킨' 사실규명 난항… 구청 조사선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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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청, 26일 분식집 현장조사
구더기 발생 정황 확인 못 해
업주 "그럴 리 없다" 민원인 "증거 있다"
구청 "자료 제출받아 역추적 예정"
한국일보

부산 사하구 한 분식집에서 구매한 통닭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배드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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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분식집에서 구더기가 들끓는 통닭을 손님에게 판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분식집을 찾아 현장조사를 벌였으나 사실규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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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2610590005351)

28일 부산 사하구청에 따르면 구청 관계자들은 지난 26일 해당 분식점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구청은 조리 과정이나 재료 상태 등에 대해 전반적인 위생 점검을 실시했는데, 구더기가 발생했을 법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해당 분식점에선 구더기가 발생한 원육이나 통닭이 발견됐다거나 재료를 냉장보관하지 않는 등의 특이사항은 없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조사에서 확인된 생닭의 상태도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업장이 재래시장 내에 위치해 위생상 다소 불결했던 점에 대해서만 과태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민원인과 업주 주장 상반돼


당초 구청은 통닭에서 구더기가 나왔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현장조사를 거쳐 빠르면 이날 중, 늦어도 이번 주 중으로 결론을 낼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장조사에서 이렇다 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데다 민원인과 업주의 주장이 상반돼 결론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3일과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민원인은 "먹으려고 다리를 뜯는 순간 하얀 무언가가 후드득 떨어지면서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며 "닭을 자세히 쳐다보니 닭이 이미 썩어서 구더기가 생긴 채로 튀김을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문제가 된 통닭은 밀봉해 냉동보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민원인이 구매한 후 수일이 지나 구더기가 생겼을 경우 △업주가 생닭 내부에 있던 구더기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튀겼을 경우 △생닭을 보관하던 과정에서 구더기가 발생했을 경우 △닭을 튀긴 뒤 파리가 알을 까 단시간에 구더기가 발생했을 경우 등 다양한 추측이 제기됐다. 발견 당시 구더기가 살아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일보

구더기가 나왔다는 통닭(왼쪽 사진)과 6개월 전 해당 분식집에서 통닭을 구매한 손님이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올린 후기 사진. 업주는 민원인이 공개한 사진 속 닭이 구매한 직후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배드림, 배달의민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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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는 당일 판매된 통닭이 아닌 구매한 지 수일이 지난 통닭이고, 구더기가 발생했을 리 없다는 입장이다. 업주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닭을 아침에 매일 튀겨서 당일 다 소진이 되는데, 사진 속 닭은 비쩍 마른 걸 보니 사간 지 며칠 된 것"이라며 "우리가 신선한 닭을 매일 받아서 180도에서 10분 넘게 튀기는데 구더기가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항변했다. 업주는 법적 대응도 고려 중이다.

민원인, "닭 사오는 장면 CCTV 있다"


구청에 따르면 민원인은 통닭을 현금으로 구매해 구매 시기에 대한 증거자료가 없지만, 자신이 통닭을 사 오는 장면이 찍힌 아파트 폐쇄회로(CC)TV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구청은 민원인이 보관 중인 문제의 통닭과 CCTV 자료를 전달받은 뒤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경찰과 동행해 시장 인근 CCTV를 확인해 민원인이 23일 새벽 치킨을 구매한 게 맞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구청 관계자는 "업주와 민원인의 주장이 너무 상반돼 민원인에게 현물과 CCTV 자료를 요청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증거가 확보되면) 업주와도 다시 대화를 나눠보고, 역추적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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