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아들 곁 ‘중랑천 노숙’ 베트남 여성…퇴거 홧김 방화로 실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 중랑천변에서 2년 동안 노숙해 오다 구청 직원들의 퇴거 요구를 받자 홧김에 창고에 불을 지른 베트남계 이주여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동식)는 28일 공용건조물 방화 미수 및 특수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현아무개(44)씨에게 징역 9개월을 선고했다. 중랑천 근처에서 2년여 전부터 노숙을 해온 현씨는 지난 3월 중랑천 시설 관리 직원들의 퇴거 요구를 받은 뒤 직원들이 쓰는 창고에 불을 질러 구속됐다.



재판부는 “현씨가 창고를 불태우려 하고 망치로 기물을 파괴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누범기간 중 범행을 저질렀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현씨가 낸 불이 바로 진압돼 미수에 그쳤고, 현씨가 진지하게 반성하며 재범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재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현씨는 2007년 한국에 입국해 지적장애를 가진 한국인 남편과 결혼, 2013년 아이를 낳고 귀화했다. 시어머니의 폭언과 폭행을 견디다 못한 현씨는 2016년 이혼하고 집을 나와 노숙인 쉼터와 고시원 등을 떠돌았다. 노숙인 쉼터에서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현씨는 2년여 전부터 중랑천변에 텐트를 치고 행인들의 적선을 받으며 노숙 생활을 이어 왔다. 중랑천변을 고른 이유는 단 하나, 아들이 사는 곳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행복하게 잘 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지원 잘 받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지난달 3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현씨는 울먹이며 서툰 한국어로 죄를 뉘우쳤지만, 결국 교도소에 가게 됐다. “어떻게 해요? 어떡하라는 거예요!” 실형이 선고되자 현씨가 울부짖었다. 권주희 서울이주여성상담센터장은 “현씨가 형을 다 살고 나오면 다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