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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美대선 판도 흔들 TV토론…바이든·트럼프 ‘강대강’ 대치 [美대선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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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세기의 TV토론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강 대 강’으로 맞붙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90분간 진행된 토론회에서 경제 문제와 이민, 외교, 낙태 문제, 사법리스크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전·현직 대통령은 토론 도중 서로에게 ‘호구’(sucker), ‘패배자’(loser), ‘최악의 대통령’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감정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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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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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CNN 스튜디오에서 대선을 4개월 넘게 앞두고 유례없는 조기 TV토론에 나섰다. 토론장에 먼저 들어선 바이든 대통령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며 손을 흔들고 화면상으로 오른쪽 단상에 자리했다. 곧이어 모습을 드러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별말 없이 화면상 왼쪽 단상에 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넥타이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했다. 두 사람은 가벼운 인사나 악수도 없이 곧바로 토론에 돌입했다.

사회자 제이크 태퍼가 첫 질문으로 인플레이션 문제를 지적했다. 제이크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이 둔화했다고 하지만 물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고,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보다 경제가 더 나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답하겠느냐고 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트럼프가 남긴 것을 봐야 한다”면서 “우리 경제는 자유 낙하 중이었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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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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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면서 “트럼프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만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가 무너지고 일자리가 없어졌다”면서 “실업률이 15%까지 치솟는 끔찍한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제조업 일자리를 포함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면서 “노동자 계층은 여전히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목소리는 토론 연습 탓인지 상대적으로 쉬어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상황을 파고들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바이든 대통령)가 만든 유일한 일자리는 불법 이민자를 위한 일자리와 코로나로 인해 회복된 일자리뿐”이라며 “그는 좋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는 형편없었다”고 공격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은 우리나라를 죽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우리를 완전히 죽이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가졌다. 우리는 이렇게 잘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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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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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국경 정책과 관련, “바이든이 국경을 넘도록 허용한 사람들에 의해 많은 젊은 여성이 살해됐다”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경을 갖고 있는데 그가 국경을 열었고, 살인자들이 우리나라로 들어와 여성을 강간하고 죽이고 있다. 끔찍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바이든은 그것을 그냥 두기만 하면 됐는데 교도소와 정신병원에서 온 사람들, 테러리스트에게 우리나라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국경을 갖게 됐다”면서 “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에 사실상 빗장을 건 최근 행정조치를 언급하고 “지금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40%나 줄었다”면서 “그가 백악관을 떠났을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불법 이민 대응 정책과 관련, “아이들을 엄마한테서 분리하고 철창에 가뒀으며 가족을 분리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들(불법 이민자)을 환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실이 아니다”고 말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그는 과장하고 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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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조지아공대 캠퍼스에 마련된 프레스룸에서 기자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첫 대선 후보 TV 토론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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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문제와 관련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 폐기를 자신의 업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위대한 대법관(보수 성향 대법관)을 임명했고, 그들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미국을 되돌리는데 찬성표를 던졌다. 모두가 원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만 낙태는 각 주(州)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강간이나 불륜, 임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적인 낙태는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이 한 일은 끔찍했다”면서 “대부분의 헌법학자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지했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자신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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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TV 토론 휴식 중 무대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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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와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바다(대서양)가 있다”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데 더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 멈추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위협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선 결과 승복 여부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라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면서도 “바이든이 끔찍하게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면 나는 다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마도 기소도, 어떤 정치적 보복도 없이 다른 장소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가 출마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기한 대선사기 주장에 대해 어떤 법원에서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사실을 상기시킨 뒤 “당신은 투덜이(whiner)이기 때문에, 당신이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공격했다.

두 고령 후보자는 고령리스크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자신이 더 건재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설명하면서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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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TV 토론에서 영부인 질 바이든과 함께 퇴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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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는 토론 말미에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임기를 마칠 때 86세가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힘든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이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했는데 이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제까지의 성과를 봐달라”면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했고, 세계의 많은 기업이 미국에 투자해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점유율을 잃었다고 언급하면서 “나는 한국을 방문해 삼성이 미국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도록 설득했다”면서 “임금 수준도 높고 대졸자가 아니어도 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는 미국이 실패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가장 강력한 나라이고 약속을 지키는 나라로 동맹국들이 우리를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푸틴이나 김정은과 같은 트럼프와 친한 친구들은 미국과 맞서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임기를 마칠 때 82세가 된다는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골프회원권이 2개나 있다면서 “바이든은 50야드나 공을 제대로 날릴 수 있겠느냐”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5년, 30년 전과 비교해 몸무게가 줄기는 했지만 기력을 잃지는 않았다”면서 “백악관 주치의로부터 정신검사와 신체검사를 받았고, 이렇게 건강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다”면서 “골프 대결도 전혀 문제없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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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첫 TV 토론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격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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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토론 도중 감정적으로 부딪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민자들이 뉴욕시 등지의 고급 호텔에서 생활하는 동안 참전용사들이 거리에 나와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참전용사들을 챙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격분하며 “그가 하는 모든 말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미군 전사자를 호구(sucker)와 패배자(loser)라고 칭한 것을 언급하고서 “내 아들은 패배자나 호구가 아니었다. 당신이 호구이고, 당신이 패배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은 이라크에서 복무했으며 뇌암으로 2015년에 사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을 지적하며 “이 무대에 있는 유일한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은 사전 연설문이나 메모 없이 펜과 메모장 물 한 병만 소지한 채 진행됐다. 토론은 청중이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특히 상대방이 발언할 때는 마이크가 음소거되면서 두 후보자의 말이 겹치는 등의 혼란한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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