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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사설]공영방송 이사 교체 돌입한 ‘2인 방통위’, 방송장악 폭주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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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민원실에서 5인 합의체 기구인 방통위의 2인 체제 운영에 대한 위법성을 강조하며 김홍일 방통위원장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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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 넘게 ‘2인 체제’로 운영 중인 방송통신위원회가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KBS·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임원 선임계획을 의결하고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야당이 전날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내달 4일 안에 처리하겠다고 하자, 임원진 교체 절차를 바로 개시한 것이다. 방통위의 이런 움직임은 KBS에 이어 MBC·EBS까지 방송 장악을 밀어붙이겠다는 엄포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 전체회의는 민주당이 김 위원장 탄핵안을 공식화한 전날 오후 9시쯤 공지됐다. 통상 매주 수요일 열리는데, 앞당긴 것이다. 회의에는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회의에 앞서 MBC는 이 부위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냈지만 각하됐다. 김 위원장은 “공영방송 이사 선출에 관한 개정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돼 논의되고 있으나, 현행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는 게 방통위의 당연한 책무”라 임명 절차를 늦출수 없다고 했다. 그 말이 허울이 아니라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하고, 입법 절차·결과를 지켜보면 될 일이다.

방문진은 오는 8월12일, KBS는 8월31일, EBS는 9월14일 현 이사진 임기가 만료된다. 혹여 이사 선임이 늦어진다면, 기존 이사들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면 된다. 그런데도 이사 공모 절차에 돌입한 것은 탄핵안이 가결돼 위원장 직무가 정지되기 전 비정상적인 ‘여권 인사 2인’ 체제 아래서 정권 입맛에 맞게 공영방송 이사를 교체하려는 조처로 봐야 한다. 그간 방통위 운영에 대해 법원이 두차례나 그 ‘위법성’을 지적한 것도 무시한 셈이다.

‘2인 방통위’의 독주는 탄핵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민주당은 2인 체제 방통위가 부당하다며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을 서둘러온 터다. 공영방송 이사 추천과 사장 선출 방법 등을 규정한 이 법은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와중에 국회에서 위원장 탄핵안이 가결되면, 방통위는 어차피 정상운영이 어렵다. 김 위원장도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꼼수 사퇴’의 길을 따라가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방통위원장의 직무는 방송의 독립과 중립성 확보이지 이렇게 훼방을 놓으라는 게 아니다.

방통위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2명과 여야가 추천하는 3명 등 5명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기관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체제로 운영되며 공영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든다는 비판이 커져 왔다. 그 속내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대통령 뜻을 받들어 방송을 입맛대로 부리자는 심산일 것이다. 이 모든 파행은 윤 대통령이 국회 몫 추천 위원을 원천봉쇄하면서 빚어졌다. 그러니 그 책임은 온전히 윤 대통령의 몫이 됐다. 도대체 언제까지 방통위를 식물위원회로 만들 셈인가.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은 방통위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방통위 역시 위법적 행태와 반민주적인 폭주를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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