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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매경춘추] 인간 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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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최근 무엇이 나를 웃게 만드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질문을 받고 나니 미소의 이유와 행복감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미소는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언의 신호들, 그리고 그 순간들과 연관성을 갖고 있다. 미소 짓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도 있다.

그런데 만약 미소 지을 수 없다면 우리의 감정과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은 어떻게 될까?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무엇이 웃게 만드냐는 질문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몇 달 전, 나는 한 최첨단 인공 근육 연구소를 둘러보다가 인간의 잠재력과 기술에 대한 내 견해가 완전히 바뀌는 경험을 했다.

연구소에서 관찰한 탄성 액추에이터는 단순한 외관을 갖고 있었다. 생체 조직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인공 근육은 안면 신경 역할을 하는 신경 인터페이스에 의해 제어되었고, 웃는 동작을 가능하게 했다. 얼굴 마비 후 부드러운 인공 근육을 사용한 역동적인 안면 재활 시연을 보면서, 나는 뇌졸중 후 미소를 잃은 많은 사람들의 삶을 떠올렸다.

단순히 안면 재활 시연 때문만이 아니라 이 기술이 다른 형태의 마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잠재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에 대해 나는 과학자로서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단지 웃거나 손을 움직이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삶의 일부를 되찾아주는 것이었다.

인공 근육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면서 나는 인간 증강의 다양한 응용 분야에 대해 더 깊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신경 임플란트부터 건강 지표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텍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발전은 단순한 점진적 개선이 아니라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를 재구성할 수 있는 혁명적인 변화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 로잔연방공과대, 취리히대 등의 기관은 이와 같은 혁명의 최전선에 있다. 연구자들은 신체와 매끄럽게 융합되는 기술을 개발하여 신체적·인지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신경 보철부터 첨단 재활 로봇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의료 및 일상생활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증강된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인간 증강의 윤리적·사회적·법적 함의는 매우 깊다. 누가 이러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을지, 어떻게 공정성을 보장하고 남용을 방지할 수 있을지 연구자들은 이러한 중요한 질문들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며 혁신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간 증강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사람들에게 이전에 없었던 능력을 부여하거나 잃어버린 기능을 회복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을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기술과 인류가 조화롭게 상호 보완하는 미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외교가 이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2025년 주한 스위스대사관에서 주최할 한·스위스 혁신주간은 인간 증강을 주제로 하여 혁신가, 정부 관계자 및 시민사회가 이에 대한 대화를 위한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이다.

[알렉산드라 아피첼라 주한스위스대사관 과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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