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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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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반장님, 조금이나마 한 풀리려나”…부하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 재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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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처분 뒤집고
유가족들 손들어준 법원
“업무상 갈등이 범죄 초래”


매일경제

서울행정법원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직장 부하가 흉기로 상관을 공격해 끝내 사망에 이른 사건에서 법원이 근로복지공단 처분을 뒤집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원 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보험급여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중장비 기사 A씨는 지난 2022년 말 경기도 안양시 어느 사업장의 작업반장 업무를 맡았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B씨는 A씨가 승진한 이후부터 자신을 무시한다는 기분이 들어 앙심을 품게 됐다. 둘은 반목을 거듭하다 지난해 3월 욕설이 담긴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그날 숙소 앞에서 A씨를 만난 B씨는 일자 드라이버로 그의 머리를 수차례 찔렀다. A씨는 이 사건으로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지주막하출혈 등으로 의식 불명에 빠졌고 A씨의 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재해와 업무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요양급여 지급을 거절했다. 둘의 마찰로 인한 사적 감정이 범행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A씨 측은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의식을 되찾지 못한 A씨는 올해 2월 결국 사망했고 소송은 A씨의 유족이 이어나갔다.

법원은 공단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비록 둘의 갈등에 사적인 성격이 있더라도 그 감정이 업무와 무관하지는 않다는 취지에서다. 김 판사는 “범행의 주된 원인은 업무상 상하관계에 내재된 상사와 부하 간의 감정적인 마찰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작업반장 업무에는 기사들 사이의 업무 조정과 갈등 해소 등 전반적인 지시·관리 업무가 포함돼 기사들과 감정적 마찰·분쟁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판결 이유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도 담겼다. 사람 사이의 갈등이 업무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적인 감정 때문인지는 칼로 물 베듯 명확히 나눠질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판사는 “직장 내 인간관계는 장시간에 걸쳐 계속적으로 형성된다”며 “처음에 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갈등이 사적인 감정의 문제로 이어져 업무에서 비롯된 갈등과 사적인 감정에 기초한 갈등이 뒤섞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는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올해 2월 수원고법 항소심 선고에선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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