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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수컷이 젖 못먹이는 이유는 이것"…기존 가설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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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요크셔대

머니투데이

남성의 몸이 수유를 할 수 없는 구조로 진화한 건 '돌봄에 대한 부족'이 이아니라 자녀에게 '무결한 유전자'를 물려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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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포유류가 자녀에게 젖을 먹일 수 없는 신체 구조로 진화한 생물학적 이유가 밝혀졌다. '돌봄에 대한 욕구 부족'을 원인으로 꼽던 1970년대 진화론적 가설을 뒤집고 '자녀의 생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요크대 인류세 생물다양성센터 연구팀은 자녀의 몸에 해로운 미생물이 확산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확률적 전략'으로 모체와 부체의 기능이 나뉘어 진화했다는 연구 결과를 27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1970년대 진화론자들은 수컷이 수유할 수 없는 신체 구조로 진화한 이유를 '친자 불확실성'으로 설명했다. 자녀로서는 양쪽 부모에게 영양분을 공급받는 게 생존에 유리하지만, 수컷은 눈앞의 자식이 자신의 생물학적 친자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컷은 태생적으로 모유 수유를 포함한 '돌봄'에 투자하고자 하는 진화적 욕구가 적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러한 가설로는 남다른 '자식 사랑'으로 잘 알려진 포유류 '올빼미원숭이'(학명 Aotus)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남부 아메리카 대륙에 널리 분포하는 올빼미원숭이는 수컷이 전체 육아의 80~90%를 맡는다. 수컷 올빼미원숭이에게 '세계에서 가장 헌신적인 아빠'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이런 올빼미원숭이 조차도 수유 기능만큼은 암컷 파트너에게 넘겨줬다. 이에 연구팀은 수컷이 수유하지 못하도록 진화한 원인이 단순히 돌봄에 대한 '관심 부족'은 아닐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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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류 중 가장 '헌신적인 아빠'로 알려진 올빼미 원숭이 /사진=위키미디어



연구팀은 새끼 포유류가 출생 후 수유를 통해 부모의 몸에 있던 미생물을 그대로 전달받는다는 사실에 주목, "만약 부모가 모두 자녀에게 수유할 경우 양쪽의 체내에 함유된 해로운 미생물이 자녀에게 전달될 확률이 2배 높아질 것"이라는 수학적 모델을 세웠다.

젖은 포유류 부모의 장에서 유아의 장으로 미생물을 전달하는 주요 경로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으로 이뤄진 장내 미생물 환경을 구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아의 몸에 유익한 미생물이 전달돼 건강한 미생물 환경이 구축될 경우, 유익균들은 각종 질병으로부터 유아의 몸을 보호하고 음식을 소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팀은 "문제는 미생물이 본질적으로 '유해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만약 유아의 몸에 유해 미생물이 유입될 경우, 장내 미생물 환경을 해롭게 바꿔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암컷 포유류는 새끼를 자궁에 품고 있던 당사자기 때문에 이미 태생적으로 불가피한 전염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은 수컷 포유류는 자녀 출생 후 발생할 수 있는 해로운 미생물의 전달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모두 수유에 개입할 때 부모의 몸으로부터 해로운 미생물이 전달될 확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원천 차단'하는 방향으로 수컷의 몸이 진화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는 신체에 해로운 원소의 확산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발달해온 포유류의 기존 진화 패턴과 일치한다"며 "해로운 돌연변이의 증식을 억제해 '유전적 무결성'을 유지하려는 진화론적 메커니즘"이라고 덧붙였다.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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