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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반지하→지상' 이사비 지원한다더니…"있었는데, 없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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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수마가 온다③

[편집자주] 2년 전 여름 서울에 내린 기록적인 '극한호우'. 도시 곳곳이 물이 잠겼다. 주거환경이 열악한 반지하주택 등에서는 인명피해도 생겼다. 이후 수해 대책이 나왔지만 침수피해는 여전히 매년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주거취약계층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주거취약지대는 장마철을 앞두고 다시 생존을 위협받는다. 그간 쏟아졌던 수해 대책의 성과를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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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지하주택이 비어 있다. 이곳은 2022년 여름 폭우로 인해 침수된 후 여전히 세입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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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반지하 이사비용 지원이요?…있었는데, 없어졌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반지하주택에 살던 이모씨(32·남)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상담사 답변을 듣고 "어이없었다"고 말한다.

반지하에서 살던 그는 수해 침수를 우려해 지상 주택으로 이사할 곳을 찾던 중 2023년 10월쯤 서울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청약에 당첨됐다. 소득조건을 만족한 청약자가 서울 내 임차보증금 4억9000만원 이하 주택을 찾아 입주를 신청하면 SH가 보증금의 30%(최대 6000만원)까지 무이자 대출해 주는 사업이다.

이씨는 2023년 7월 장기안심주택 청약 안내문에서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주하는 세대에 1회에 한해 최대 40만원 한도내에서 이사비를 지원한다'는 문구를 확인하고 SH에 해당 지원을 받기 위해 연락했다. 그러나 SH를 대리하는 법무사는 '반지하 이사비 예산 지원은 없어졌다'고 했다.

SH에서도 "반지하 이사비 예산이 없다"고 했다. SH고객센터에선 "2023년말까지 이사한 경우에 한해 지원했고 현재는 예산이 없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이씨가 청약을 지원할 땐 이사비 지원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설명은 없었다.

올여름에 강력한 폭우가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던 지난 4월, 이씨는 약 70만원을 들여 직접 반지하에서 지상층으로 이사했다. 서울시나 SH로부턴 이사비용은 물론 반지하 지원 혜택에 관해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그는 "반지하에 살때는 물론이고 이사 과정에서 서울시, SH, 종로구, 성북구 등으로부터 반지하 주택 지원과 관련해 지원받을수 있는 제도나 혜택에 대해 단 하나의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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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SH홈페이지에 올라온 서울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청약 안내문. 반지하 세대 이사비 지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2024년 공고부터는 해당 내용이 삭제됐다. /사진=SH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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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유기적 협업으로 효과적 반지하 지원정책 추진"…이씨 "어떤 안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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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이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득과 자격 요건을 갖춘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반지하 특정 바우처 사업은 관할 주민센터나 자치구 주거안심센터, 120다산콜센터 등을 통해 사업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과 같은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를 대상으로는 반지하특정 바우처 사업을 지원하지 않는다"며 "이미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가 공공임대주택인 서울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청약에 당첨됐기 때문에 지원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반지하 등 비정상 거처 대응이 과도하게 분산돼 있으며 적극적이지 못한 행정 대응이라는 지적에 대해 "반지하 등 비정상 거처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전을 위해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여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2부시장 산하 각 부서 기능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서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가구별 여건을 반영한 촘촘한 주거안정망을 구축했다"라며 "효과적 정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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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반지하주택에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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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거주자 "걱정 안 할 수 없다"…기상 전문가 "강하고 잦은 폭우는 이미 새로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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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반지하주택에 사는 주민 장씨가 하수구를 가르키며 설명하고 있다. 장씨는 "서울시에서 역류방지장치를 설치해줬지만 여전히 물막이판을 넘어오는 물보다 도로와 집안에서 역류하는 물이 더 무섭다"고 했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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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자체가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공언했지만 여전히 반지하에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장마철을 앞두고 벌써부터 걱정이 눈앞을 가린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주택에 사는 장모씨(70·여)는 "걱정을 안할 수 없다"며 "비는 온다는데 물막이판이랑 역류방지장치를 설치했지만 사실 더 걱정되는 건 하수도 역류다"라고 했다. 관악구 신림동에선 2022년 폭우로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이 사망했다.

장씨는 "그때(2022년 여름 폭우)도 그랬다"며 "밖에서 들어오는 물보다 하수구에서 역류해 집안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게 더 무서운데 비가 오면 어떻게 될지 두렵다"고 했다.

신림동 주민 박모씨(72·여)는 "2022년 폭우 이후로 지하층을 비워두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을 취급하는 법인에 창고로 세를 줬는데 법인에 대해서는 어떤 피해지원도 못 해준다고 해서 그냥 지하를 비워두고 있다. 재산세만 계속 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 여름에 또 어떻게 될지 몰라서 내돈으로 비를 막아줄 처마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물막이판이 높이가 다들 비슷한데 여기 같이 저지대는 좀 높아야할 같다"며 "지난번(2022년 폭우)에는 물 높이가 무릎을 한참 넘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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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에서 박씨가 물막이판의 높이가 너무 낮다고 말하고 있다. 박씨는 2022년 여름 수해 당시 현재 설치된 물막이판 높이보다 훨씬 높은 곳까지 물이 찾다며 손으로 높이를 가늠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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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가에서 침수 예방을 위해 처마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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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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