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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내 전용기 타시라" 각별했던 尹-김진표 충돌…과거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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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0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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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회의장이 현직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일방 폭로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국가 의전서열 1·2인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가깝고도 먼 관계가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지난 27일 공개된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한 달여 뒤인 2022년 12월 5일 자신과 독대한 자리에서 “(이태원 참사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란 공식 입장을 냈고 이튿날인 28일엔 “책 장사 하냐”며 부글부글 끓었다.

이처럼 감정의 골이 깊어졌지만 두 사람은 윤 대통령 취임 초기만 해도 “말이 통하는 사이”로 통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 전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출신임에도 야당 강성 의원들과 결이 달랐고, 둘 다 저녁 식사를 즐기는 스타일이어서 만찬 회동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특히, 2022년 8월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 때는 윤 대통령이 “필요하면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가시라”며 김 전 의장의 해외 순방 편의를 배려하는 발언까지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6월 김 전 의장이 미국 방문을 할 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는 방안이 구체화됐으나 방미가 순연되며 전용기 사용이 무산된 적도 있었다.

이랬던 두 사람이지만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갈수록 충돌하는 살얼음 정국이 이어지며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검사 탄핵소추안 상정 등 민주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의사일정이 잡히는 경우가 늘자 대통령실에선 “김 전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진 것이다. 반대로 김 전 의장은 국회가 처리한 법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잦아지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김 전 의장은 2년의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달 21일 ‘22대 국회 초선 의원을 위한 오찬’ 행사장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일을 하며 겪었던 일들 중 가장 자괴감이 들었던 것은 9번의 거부권 행사를 막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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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이 자리에 앉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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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역대 대통령과 국회의장은 긴장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많았다. 1993년 12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이 통합선거법 처리를 강행하려 하자 당시 이만섭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 사회를 거부했고, 이 때문에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이만섭 의장의 사이가 멀어졌었다. 2015년 6월에는 국회법 개정안 문제를 놓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정의화 국회의장이 공개 충돌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22대 국회 상반기를 이끌게 된 우원식 국회의장과 윤 대통령의 관계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 의장이 민주당 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의원을 꺾고 당선될 때부터 강성 지지층의 타깃이 됐던 만큼 현재 의장이 무소속이더라도 민주당 지지층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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