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월 28일(현지시간) 뉴욕 스톤월 국가기념비 방문센터 개관식에 참석해 셔츠 단추 2개를 풀고 격정적으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27일 밤 토론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대선 후보 교체론에 직면해 있지만 자신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며 후보 사퇴론을 일축하고 있다. AFP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토론 후폭풍이 거세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27일(현지시간) 밤 CNN의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토론에서 그야말로 죽을 쒔다. 바이든은 어눌했고, 트럼프는 거짓말을 섞어가며 바이든을 몰아세웠다.
토론 전 경합주에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던 바이든은 토론 뒤 후보 교체론에 직면했다.
바이든이 28일과 29일 유세에서 셔츠 단추를 풀고 격정적인 연설을 쏟아내며 대선 승리를 외쳤지만 민주당 내에서 후보 교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바마-롬니 토론 당시와 다르다
더힐은 29일 오는 11월 5일 대선 주자를 바이든에서 다른 이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진영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와 첫 대선 후보 토론에서 패했지만 대선에서는 결국 승리했다면서 이번 바이든 토론 패배도 별것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서는 당시 패배와 이번은 얘기가 다르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한 유명 민주당 정치헌금 기부자는 "이는 현실"이라면서 "오바마-롬니 토론 당시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토론 패배는 당시에 비해 100만배는 더 참담하다"면서 "이제는 어려운 질문을 시작해야만 한다"고 말해 후보 교체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자문을 지낸 데이비드 액설로드도 CNN에 출연해 바이든이 토론 후반으로 가면서 좀 더 강한 면모를 보이기는 했지만 초반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액설로드 역시 바이든을 대선 후보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지율이 관건
당연한 말이기는 하지만 민주당 진영에서는 대부분 향후 지지율이 관건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 확인되면 민주당 지도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일부 측근들이 진행하는 인기 있는 팟캐스트 '팟 세이브 아메리카'에서는 후보 교체가 이제 논의의 중심이 됐다.
오바마 수석 연설문 작성자를 지낸 존 파브로는 "바이든이 가장 잘한 일은 (대선 후보를 공식 확정하는) 전당대회 전에 토론을 제안한 것"이라면서 "민주당이 후보를 재고함으로써 승리할 수 있도록 그가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정치적 수소폭탄
워터게이트 폭로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하야를 이끌어냈던 워싱턴포스트(WP)의 전설적인 기자인 밥 우드워드 부편집인은 MSNBC에 출연해 바이든의 토론은 '정치적 수소폭탄'이었다고 평가했다.
우드워드는 바이든은 그날 토론에서 "무척 나빠 보였고, 경악스러웠다"면서 그의 건강 상태에 대해 참모들이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 년, 또는 10년이 지나서야 회고록 같은 것으로 당시 뒷얘기를 들어서는 안된다면서 지금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드워드는 바이든의 모습으로 볼 때 그가 대선 경쟁에서 하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못 박았다.
전통적인 민주당 성향의 뉴욕타임스(NYT)도 바이든이 대선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YT는 28일 논설위원실 명의의 사설을 통해 바이든이 무기력했다면서 트럼프의 도발과 거짓말을 받아칠 기력도 없어 보였다고 우려했다. NYT는 무엇보다 바이든이 문장을 끝내는 것조차 힘겨워 했다면서 바이든이 올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것은 더 이상 충분한 이유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도박판, 트럼프 승리 베팅
뉴욕 증시와 도박사들은 TV 토론 뒤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료 체계를 대신하는 민간 의료보험사들이 28일 일제히 큰 폭으로 올랐다.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민간 의료보험이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유나이티드헬스 그룹은 22.82달러(4.69%) 급등한 509.26달러, 휴매너는 11.55달러(3.19%) 급등한 373.65달러로 뛰었다.
CVS헬스도 0.70달러(1.20%) 오른 59.06달러로 마감했다.
CVS는 올 들어 25%, 휴매너는 18.4% 급락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3.3% 낙폭으로 낙폭이 크지는 않다.
도박사들도 트럼프 승리로 확실하게 노선을 정했다.
'일렉션 베팅스 오즈(EBO·선거도박확률)'에 따르면 도박사들은 트럼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을 55.2%에서 59.8%로 높여 잡았다.
반면 바이든 승리 확률은 토론 전 36.4%에서 토론 후 21.7%로 폭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