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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인터뷰] 조효승 IBK벤처투자 대표 “국책은행 첫 VC, 5000억 조성해 초기 스타트업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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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 IBK기업은행의 역할과 벤처캐피털(VC) 시장에서 IBK벤처투자의 역할이 같다고 보면 됩니다. 혁신산업에 도전하는 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VC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민간시장의 부족한 부분을 정책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IBK기업은행처럼 우리 경제의 활력을 높여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IBK벤처투자가 되고자 합니다.”


VC는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벤처 기업에 투자한 뒤 회사가 성장하면 투자금을 회수한다. 통상 투자금을 얼마나 회수하느냐에 따라 VC의 성공이 결정된다. 그래서 많은 VC가 투자 수익을 주요 목표이자 가치로 삼는다. 그러나 국책은행의 VC를 이끌게 된 30년 경력의 백전노장은 달랐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조효승 IBK벤처투자 대표이사(사장)는 수익 대신 국가 경제와 VC 산업의 발전을 목표로 제시했다.

얼핏 거대담론처럼 느껴지는 IBK벤처투자의 목표는 국책은행 VC로서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정책 목표와 수익성을 모두 잡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국가 경제와 VC 산업의 발전이라는 목표가 이뤄지려면 IBK벤처투자의 지원을 받은 기업의 성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국책은행 VC의 수장을 맡으면서 우리 혁신 기업이 자금이 부족해 꽃 피우지 못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IBK벤처투자는 기업은행의 산하에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에 앞장설 예정이다. 국책은행 VC가 먼저 길을 닦아 놓으면 민간 투자자의 진입이 쉬워진다.

“앞으로 3년간 5000억원 이상의 벤처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초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과감하게 모험자본을 지원해 이들의 데스밸리(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경영난을 겪는 상황) 극복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라는 조 대표의 구체적인 계획을 들어봤다.

─국책은행 계열 VC인 IBK벤처투자가 지난 4월 출범했다.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IBK벤처투자의 기틀을 잡기 위해 반듯하고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주력했다. 현재 IBK벤처투자는 2본부 5팀으로 구성됐다. 특히 투자본부는 초기기업을 담당하는 정책투자팀, 중후기 기업을 담당하는 전략투자팀, 바이오 전문 바이오팀으로 꾸렸다. 현재는 하반기 투자집행을 위해 펀드결성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회사의 방향성 측면에서 투자 및 리스크 관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당분간 대표 펀드매니저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심사역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하고, 다양한 경험과 지혜를 통해 지원할 생각이다.”

─고금리 시기에 접어들면서 스타트업의 데스밸리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초기 기업 투자의 주소를 진단해달라.

“전 세계 기술패권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한국경제는 기존 성장모델인 자본집약적 산업에서 딥테크, 소프트웨어적인 사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VC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통계를 보더라도 1분기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IBK벤처투자는 초기 및 시리즈A에 전체의 60% 정도의 (자금을) 집행할 예정이다. 초기 기업은 리스크가 크다. 깔때기에 넣으면 나중에는 덩치가 커진 좋은 기업만 남는다. 나머지 30~40%는 이 기업들을 더 키우는 데 투입할 것이다.”

─IBK벤처투자가 집중하는 투자 분야는 어디인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와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분야의 딥테크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 분야는 우리만 특별하게 보는 것은 아니고, 모든 VC가 집중하고 있는 분야다.”

딥테크는 단순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서비스 창출이 아닌 근본적인 기술적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조 대표는 딥테크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힘들다. 중동에서 최근 유정에서 에틸렌을 곧바로 뽑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원래는 납사(나프타)에서 에틸렌을 뽑는 공정이었다. 아예 근본적인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서 스페셜티 제품이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벤처기업이 (중동과 같은 역할을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고 본다. AI나 딥테크가 중요한 전환기에서 잘할 수 있는 벤처기업이 나서야 한다. 요새는 대기업보다 창업을 통해 성공하려는 젊은이들이 예전보다 많이 늘어나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은 뭔가 다른가.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커야 된다. 옛날에는 시장이 크다고 하면 기준이 국내였다. 하지만 요새는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지를 따진다.

조 대표는 “예전에 모 대기업에서 대표가 골프를 너무 잘 치면 손을 잡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다”라며 기술이 얼마나 가능성 있고 대표이사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도 투자의 기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30년 투자 경력이면 ‘성공의 감’이 온다는 너스레를 떨었다.

─올해 최대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운용사와 공동운용(Co-GP)은 어떻게 되고 있나.

“초기펀드는 300억원 이상의 규모로 퓨처플레이와, 중후기펀드는 5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코오롱인베스트먼트와 자금모집 중에 있다. 그 외는 아직 검토 단계에 있다. 첫 펀드는 실무협의가 끝난 상황이며, 9월 중 펀드조성을 목표로 출자기관(LP)의 출자를 제안 중에 있다.”

Co-GP는 복수의 운용기관(GP)이 공동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LP는 투자 수익을 기대하고 자금을 출자해 GP에 운용을 맡기는 출자사다.

조 대표는 단독 펀드 조성 계획에 대해선 “그래도 4~5년 차가 지나야 할 것”이라며 “특별한 목적을 가진 전략 펀드라면 그전에도 가능할 테지만 블라인드 펀드는 공정성을 가져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했다.

조선비즈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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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은 VC 시장에서 ‘큰손’으로 꼽힌다. 대규모 LP가 모기업이면 자금을 조달하기 쉬울 것이란 시선이 있다. 또, IBK벤처투자가 자금을 모두 흡수하면 다른 VC들의 자금모집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은행은 자율 경영을 중시한다. 주위에서 ‘부자 아버지(기업은행)가 있어서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다른 은행 계열 VC만큼 출자받지 않는다. 우리도 LP출자 제안을 열심히 하고 있다. 업계에서 기업은행의 LP출자가 IBK벤처투자에 쏠릴 것이라고 우려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 있다. ‘한강에 돌 던진다고 표시가 나냐’라고 한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8000억원, 올해 1조2000억원을 (LP출자로) 쓰는데, 전체 VC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IBK벤처투자로 오는 금액은 크지 않다.”

─IBK벤처투자 임직원에게 제시한 회사의 목표가 있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국가가 어려울 때 중소기업 곁에는 늘 IBK기업은행이 있었다. 1년 내에는 회사의 기틀을 견고하게 만들어 업계에 신속히 안착시키고, 3년 후에는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 IBK벤처투자가 되고자 한다.”

☞조효승 IBK벤처투자 대표이사는

▲1965년 부산광역시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2004년 3월~2006년 2월 한림창업투자 대표이사 사장 ▲2006년 3월~2011년 12월 미래에셋증권 IB본부 본부장 ▲2013년 1월~2017년 12월 우리자산운용 PE본부 본부장, 상무 ▲2018년 1월~2023년 12월 SKSPE 전략부문 대표 ▲2024년 4월~ IBK벤처투자 대표이사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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