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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안전강국' 자존심 무너뜨린 인니 노동자의 서툰 한국어[기자의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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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화재' 예견된 참사였지만…'빈껍데기' 안전대책이 피해 키워

뉴스1

31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 화재 참사 사흘째를 맞은 26일 오전 경기 화성시청 로비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합동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4.6.2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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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홍유진 기자 = '아리셀 참사' 현장에는 서울 지역 사건팀 기자도 대거 투입됐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쯤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그 직후부터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도 현장으로 내려가 취재하면서 메신저 단톡방에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지시 및 보고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입사한 수습기자의 보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번 사고 이후에 한국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바뀌었냐"는 질문에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는 내용이었다. 그 노동자는 한국말이 서툴렀다고 한다. 소통이 쉽지 않는데도 한국에 온 것은 '안전하다'는 믿음 때문이었을 텐데 순간 부끄러움을 느꼈다.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은 안전강국"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다. 사고와 피해 유형이 달랐을 뿐, 인재(人災)는 계속됐다. 올해 10주기였던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우리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2022년 10월에는 150여 명을 숨지게 한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7월 15일이면 오송 지하차도 참사(14명 사망) 2주기가 된다.

주목할 것은 아리셀 공장 인근 노동자들이 평소 소속 사업장에서 안전 점검이 촘촘하게 이뤄졌다고 진술했다는 점이다. 공장 밀집 지역인 산업단지 특성상 안전관리를 철저히 했는데도 이 같은 참사가 터진 것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참사 석 달 전 아리셀 공장에서 '소방활동 자료조사'가 실시됐다. 참사 발생 19일 전에는 소방 당국이 아리셀 공장을 직접 방문해 화재예방 컨설팅을 진행했다.

결국 이번 참사도 인재였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이틀 전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났지만 직원이 자체 진화한 뒤 쉬쉬했다는 의혹이 있다. 리튬 특성상 일반 소화기로 진화하기 어려워 큰 인명피해의 가능성도 이미 소방 진단 때 나왔었다.

예견된 참사임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왜 예상하지 못했던 걸까. 소방이든 사업장이든 밀린 숙제하듯 형식적으로 검사와 진단만 했을 뿐 실질적인 안전 교육 및 대책을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 아닐까. 대피 매뉴얼이 아리셀 작업실 벽마다 붙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숙지한 노동자가 없다는 사실은 '안전강국' 한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린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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