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도 반복되면 의미가 생깁니다. 일시적 유행에서 지속하는 트렌드가 되는 과정이죠.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에서는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서 유의미한 ‘통찰(인사이트)’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의집 고호재에서 전통 무용인 춘앵전을 감상중인 에스파 지젤. 사진 서울관광재단 '지젤라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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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103만 명으로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관광 데이터랩). 관광객의 국적도 일본·중국·동남아 중심에서 북미·유럽·중동으로 다변화되는 추세인데요, 이들은 관광지로 익히 알려진 경복궁이나 서울 홍대앞, 강남만 찾지 않아요. 후암동 맛집을 탐방하고 익선동 디저트 카페에서 줄을 서는가 하면, 팝업스토어 즐비한 성수동을 누비죠. 이들이 서울 핫플레이스에 빠삭해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K콘텐트를 보면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SNS에서 발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기 때문이랍니다.
비짓서울TV(유튜브) '지젤라인' 1화 낮 여행 편. 프로그램은 한·영·중·일 4개 언어 자막을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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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도 이같은 트렌드를 재빠르게 간파, 여행 웹 예능 제작을 시작했어요. 2022년부터 홍보 채널 ‘비짓서울(Visit Seoul)’을 통해 ‘대중교통을 이용한 서울 혼자여행’을 콘셉트로 서울 여행 캠페인 영상을 매년 선보이고 있어요. 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함께한 시즌 1 ‘마이노선(MINO Line)’, 그룹 엑소의 수호와 찍은 시즌2 ‘수호선(SUHO Line)’에 이어 올해는 그룹 에스파의 지젤과 함께 ‘지젤라인(Z-LINE)’을 선보였습니다.
반응은 뜨겁습니다. 지난 5일부터 공개된 ‘지젤라인’의 티저· 본편(총 2화)· 숏폼 영상은 3주 만에 총 2천400만 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불러 모았어요.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 트렌드와 세계적으로 관심받는 예능 콘텐츠를 활용한 점이 주효했죠. 오늘 비크닉에서는 달라진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패턴, 그리고 이를 겨냥해 만든 ‘지젤라인’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합니다.
①비짓서울 아이돌과 웹 예능 찍는 이유
요즘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휴대전화를 가이드 삼아 여행하는 외국인들을 자주 목격합니다. 역사 명소는 물론 맛집, 전시, 쇼핑, 여가 활동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서울은 여행자에게 분명 매력적인 도시일 텐데요. 서울시는 최근 꾸준히 늘어나는 해외 방문객 추세에 맞춰 ‘3377 미래 비전’을 발표했어요. 올해는 외래관광객 3000만 명, 1인당 지출액 300만원, 체류일수 7일, 재방문율 70% 달성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를 위해 세계 여행 추세에 맞게 사업 전략을 짜고, 한류 콘텐트를 적극 활용하려고 해요.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후암동 루프탑 카페에 방문했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지젤라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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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출연하는 웹 예능을 제작한 건 여행에 딱 맞는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예능은 이미지와 감각으로만 소구하는 관광 홍보 영상보다 여러모로 유리한 포맷을 갖췄어요. 출연자가 장소를 직접 체험하는 모습은 친근할뿐더러 여행지의 자세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거든요. 유튜브로 생활 정보를 습득하는 요즘 소비자층에게 더할 나위 없는 콘텐트죠.
"서울은 골목길까지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여행하기 편한 것 같아요." 지젤은 하루 동안 지하철, 버스를 이용해 남산 근처 핫플레이스 여행코스 ‘지젤라인’을 완성했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지젤라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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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유명 관광지 아닌 숨겨진 ‘서울 로컬’ 찾는다
신흥시장의 낮과 밤. 사진 서울관광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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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요즘 여행객들은 어느 지역을 많이 방문할까요. 서울관광재단에 따르면 한남동·성수동·신사동이 급부상하고 이태원·여의도·압구정·홍대도 여전히 인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서울의 묘미는 독보적인 분위기의 작은 동네를 발견하는 데 있을 거예요. 황학동·익선동·후암동처럼 생활 터전에 감도 높은 카페나 식당들이 자리 잡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사례죠.
‘지젤라인’ 역시 알려진 관광지를 벗어나 남산을 중심으로 한남동·충무로·후암동을 누비며 요즘 Z세대에게 가장 사랑받는 로컬 명소를 소개합니다. 혼자서도 풍요로운 소비를 즐기며 특색있는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서울 여행의 매력을 담아냈죠. 신흥시장에 방문한 지젤은 특유의 동네 분위기에 반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연신 감탄하기도 합니다. 관광을 넘어 현지인의 생활로 한발짝 더 들어오는 짜릿한 체험이죠.
한국의집 고호재에서는 제철 재료로 빚은 전통 병과를 곁들인 1인 다과상과 함께 전통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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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서울을 기념하는 법
서울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꼽는 장점 중 하나는 ‘밤에도 안전하게 여행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외국 관광객에게는 불야성처럼 환한 도심 자체가 신기한 볼거리죠. 편리한 교통 시스템은 서울 구석구석 촘촘하게 사람들을 데려다 주고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 대도시는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가 됩니다. 대표적으로 캐치프레이즈 ‘아이러브뉴욕(I♥NY)’을 내세운 뉴욕이 있는데요. 1970년대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가 디자인한 로고는 지금도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의 이미지 사례로 자주 언급되죠. 서울의 ‘서울마이소울(Seoul My Soul)’ 역시 같은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지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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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서울마이소울샵 종로점 전경. (아래) 지젤은 여행 기념으로 서울 굿즈 남산 티셔츠를 선물 받고 즐거워했다. 사진 서울관광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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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뉴욕 여행 기념품 목록에 ‘아이러브뉴욕’ 티셔츠가 빠지지 않았던 것처럼, 서울 여행을 기념하고 싶은 관광객들은 ‘서울 굿즈’를 찾는다고 합니다. 콘서트·팝업스토어·전시장에서 경험한 한국의 굿즈 문화가 이어진 겁니다. 일반 기념품에서 한 단계 진화한 굿즈 시장은 한국의 퀄리티 높은 디자인과 상품 개발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젤은 서울 여행을 기념하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미션을 수행하고 남산 타워 티셔츠와 머그컵을 선물 받았습니다. 공식 굿즈는 지난 6월 10일 새롭게 문 연 공식 기념품 판매관 ‘서울마이소울샵’에서는 판매하고 있어요. 종로·명동·광화문 세 곳에 있으며 일상용품부터 패션용품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젤라인’ 편을 완주하고 나니 익숙했던 서울의 모습이 새롭게 보입니다. 여행자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호기심 때문일까요. 새로운 경험을 찾아 서울로 향하는 세계인의 발걸음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비크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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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진 기자 lee.soj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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