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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여객기 승객·조종실이 격리된 계기[속초·고성의 아픔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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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도 시도된 납북…승무원 순직하기도

북한 조종사 자진 입북 주장, 일부 승객 억류

일본 여객기도 적군파에 납치돼 북한으로 비행

편집자주영화 '하이재킹' 배경은 1971년 강원도 속초다. 여객기에 탑승한 용대(여진구)가 이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내에 사제폭탄을 터뜨린다. 순식간에 조종실을 장악하고 승객들에게 공포한다. "지금부터 이 비행기 이북 간다." 납북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북한에 여객기를 넘기고 받을 혜택과 억압된 삶에서의 해방이다. 분단의 아픈 상처가 삶을 내내 옥죄었다. 가족이 월북하거나 납북됐다는 이유로 감시당하고 통제받았다. 그 고통은 과거의 일로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 너무나 컸다. 다시 짚어내고 풀어내야 할 아픈 상처다.
영화 '하이재킹'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 1971년 1월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시도사건이다. 승객 예순 명을 태우고 속초에서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F-27 쌍발 항공기에서 스물두 살 김상태가 사제 폭발물을 들고 월북을 요구했다. 승무원과 승객들은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다. 통곡으로 월북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긴장이 풀린 틈을 타 권총으로 저격했다. 이 과정에서 전명세 수습 조종사는 점화된 사제 폭발물을 몸으로 막다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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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문 한국항공기술협회 명예회장은 저서 '하늘에 꿈을 띄우다'에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속초발 F-27에서 납북 시도가 발생했다. 기상 격투 중 운항승무원 한 명이 순직하고 승객 열 명이 부상했다. 비행기는 해변 모래사장에 불시착해 대파됐다. 회사(대한항공)는 물론 민관 관계기관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현장에서 사살돼 김상태가 여객기를 납치하려던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전 납북에 성공한 사람들이 북한에서 풍족하게 산다는 소문을 믿고 벌였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이재킹'도 도입부에서 1969년 12월 일어난 강릉발 대한항공 여객기(YS-11) 납북을 다룬다. 간첩 조창희가 승객 마흔일곱 명과 승무원 네 명을 겁박하고 여객기를 원산 인근 선덕비행장에 강제 착륙시킨 사건이다.

북한은 평양방송을 통해 조종사 두 명이 자진 입북했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와 유엔의 승객 송환과 기체 반환 요구를 거부했다. 지지부진한 협상에 전국 곳곳에서는 북한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만행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이듬해 2월 송환 의사를 알려왔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승객 서른아홉 명만 판문점을 통해 돌려보냈다. 승무원 네 명과 승객 여덟 명은 보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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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강력한 항공기 보안대책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김포공항이 승객과 비행기의 보안 강화를 위해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고 돌이켰다. "승객의 신원확인 강화와 보안 검색용 금속탐지기 설치, 보안관 탑승 등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되고 바로 실천 단계에 들어갔다. 이러한 와중에 일본항공 B-727 쌍발 제트여객기 '요도호'가 적군파 아홉 명에게 납치돼 북한으로 비행하던 중 김포공항에 불시착하는 일이 발생했다. 공항의 긴장된 분위기를 더욱 옥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시까지 비행기의 승객과 조종실이 통하도록 개방돼 있었던 것을 방탄 칸막이로 격리하는 작업이 서둘러 이뤄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납북된 여객기는 대한국민항공사(KNA) DC-3 '창랑호'다. 1958년 2월 부산 수영비행장을 떠나 서울 여의도공항으로 향하던 중 북한 공작원 일곱 명에게 피랍됐다. 군인 두 명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실신시키고 카빈총과 엽총을 발사하며 조종사를 협박했다. 창랑호는 휴전선을 넘어 평남 순안비행장에 강제 착륙했다. 북한은 피랍 열여드레 만에 미국인 조종사 한 명을 비롯한 탑승객 스물여섯 명을 돌려보냈다. 단 기체는 반환하지 않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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