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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어린이 환자, 친분 있는 교수들에 전화 돌려 간신히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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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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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병원 10곳 중 7곳이 구급차로 내원한 중증 소아 환자를 3차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아동병원협회(협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서울 코엑스에서 ‘아동병원의 소아 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자회견에서 협회는 지난 27~29일 회원 아동병원 117곳 중 50곳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아동병원의 56%(28곳)는 소아 환자가 구급차로 내원하는 경우가 매달 1∼5건 있다고 답했다. 이어 6∼10건인 곳이 22%(11곳)였다. 지난 한 달간 구급차로 준중증 이상 환자가 아동병원을 찾은 경우가 1∼5건인 곳은 52%(26곳), 6∼10건인 곳은 10%(5곳)였다. 협회는 “한 아동병원은 한 달에 120건에 달하는 119 전원 환자를 받기도 했다”며 “아동병원이 소아응급실의 대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협회는 중증·응급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장비와 인력이 부족한 아동병원이 내원한 환자를 3차 의료기관에 이송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구급차로 내원한 환자를 3차 병원으로 이송 시 원활하게 진행되나’라는 질문에, 응답한 병원의 72%(36곳)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중증·응급 환자를 전원할 때 환자당 병원과의 연락 건수가 1∼5건인 곳이 90%(45곳), 6∼10건인 곳이 6%(3곳)였다. 지난 한 달간 ‘중증·응급 환자가 거주 진료권역을 벗어나 전원된 경우가 있었다’는 응답도 전체의 44%(22곳)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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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동병원협회가 30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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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준 협회 부회장은 “한 아동병원에 누가 봐도 빨리 대학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 한 명이 왔는데, 공식적인 방법으로는 전원이 되지 않았고 원장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대학병원 교수 10여명에게 전화를 돌려 ‘제발 받아달라’고 해 겨우 전원한 사례가 있었다”며 “비단 한 병원의 사례가 아니라 아동병원 전체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용재 회장은 “환자가 호흡 부전, 심정지 등이 있는 상황에선 아동병원에서 볼 수 없어서 전원시키는데, 장거리 전원이 이뤄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부족을 원인으로 꼽으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창연 부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800명 수준이지만 올해 전공의 수는 100여명으로 정원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며 “고연차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나는 내년 초가 되면 아동병원의 ‘소아응급실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올해 안에 대책을 마련해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재 회장은 “소아 응급 환자 진료를 위해 아동병원에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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