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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기고] 야당이 주도하는 입법 폭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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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본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합의없이 의회없다!, 입법폭주 포기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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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가 출범했지만 기대나 희망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회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야당이 헌정사상 전례 없이 일방적⋅독단적이기 때문이다. 헌법 원칙에 반하거나 막대한 국가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강행하려는 입법 폭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각종 특별검사임명법(이하 ‘특검법’이라 함)안은 종전의 특검법에 비해 권력 분립의 원칙 훼손 등 헌법상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국회가 입법으로 수사 대상을 명시하면서 특검 임명을 강제하는 것은 행정부에 속하는 수사권의 발동을 국회가 행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권력 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종전의 특검법이 검찰의 수사를 기다려 국민의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된 경우에 한해 보충적으로 도입된 것과는 다르다. 그동안 특검법은 모두 여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입법화됐다.

현재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법안은 수사가 진행 중이거나 개시되지 않은 사건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수사의 미진에 따라 보충적으로 특검을 도입한 그간의 선례에 반한다. 또한 행정부에 속하는 수사권을 아무런 제한 없이 사실상 국회가 행사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다음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문제가 있다. ‘채 상병 특검법안’은 대통령이 특검 후보를 추천받은 뒤 사흘 이내 특검을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임명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법률에 의해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박탈하고,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있어도 대통령으로 하여금 특검 임명을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행 수사 체계의 무력화와 중복⋅혼란을 초래해 형사·사법 체계의 불신과 인권침해를 야기할 수 있다. 채 상병 특검법안과 관련한 사건은 현재 공수처가 수사 중이다. 공수처 검사도 특검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외부에서 어떤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공수처법에서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채 상병 특검법안이 공수처의 수사 종결 전에 입법화되는 경우 특검과 공수처 간의 수사 중복과 혼선이 초래된다. 이중으로 수사하면 관련자의 인권도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러한 헌법적 문제점의 해소 없이 그대로 통과하는 경우, 헌법 준수 의무와 법률의 최종 집행 책임을 지는 대통령으로서는 거부권을 행사해 문제 법안의 입법을 제지할 필요가 있다. 제헌 헌법을 기초한 유진오 법제처장은 헌법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인정한 취지를 단원제 국회의 경우 국회의 경솔과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최근까지 거부권 행사가 2577건 있었다. 경제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대통령인 루스벨트, 트루먼, 아이젠하워는 각각 635건, 250건, 181건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법률은 국민의 권리⋅의무의 범위를 설정하고 국가 운영의 근간을 규율하는 점에서, 그 내용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즉 법률의 내용은 헌법 이념⋅가치의 실현에 적합해야 하고,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내재하는 타협과 조정이라는 의사 결정 과정과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체 국민과 국가의 이익보다 당리당략과 정파적 이익을 우선하며,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 법안을 입법화하는 일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 나아가 국가의 지속 가능성에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입법 폭주로 인한 폐해는 지난 정부 시절 임대차 3법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바른 입법이 이루어지도록 무엇보다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언론의 역할이 긴요하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 국민 스스로가 지켜야 하며, 이를 지키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을 때 확보할 수 있다고 하겠다.

[김대희 백석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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