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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경제난·神政 통치에 염증, 투표율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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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치러진 이란 대선 1차 투표의 최종 투표율은 40.3%에 불과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총선과 대선을 모두 포함해 역대 최저치다. 이란 정부가 이날 무려 세 차례나 투표 종료 시각을 연장하며 본래 오후 6시에 끝날 예정이었던 투표를 밤 12시(자정)까지 연장했지만 최악의 투표율이 나왔다. “투표율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지속 여부가 달렸다”는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독려도 별 소용이 없었다.

이란 국영 IRNA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낮은 투표율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다. 반면 서방 언론들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이란 국민의 냉소와 환멸이 드러났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022년 ‘히잡 시위’로 확인된 이란 체제의 경직성에 대한 불만이 신정(神政) 통치 세력에 대한 반발로 이어졌고, 이는 오랜 제재로 극심해진 경제난과 맞물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선 ‘거부’로까지 이어졌다.

보수층보다 중도·개혁 성향의 유권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분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와 르몽드 등은 “이란의 개혁 진영 내에서마저 투표 참여 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고 전했다. 2021년 물러난 하산 로하니 정부의 개혁 실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등을 겪으면서 개혁파 대통령이 들어서도 상황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높다 한들 이슬람 공화국의 신정 체제를 ‘민주주의’로 분칠하는 데 악용될 뿐이라는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 여성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등은 “대선 투표를 보이콧하자”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결국 투표로 정권에 대한 헌신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 데 대한 거부감이 드러났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국민의 무관심과 성직자들에 대한 반대가 섞여 투표율이 낮아졌다”고 평했다.

낮은 투표율 와중에도 무려 100만표 이상이 무효 처리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전체 유효표 2453만표 중 4%가 넘는다. 블룸버그와 AP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메네이가 이끄는 신정 지도층이 전례 없는 수준의 반대에 직면했으며, 선거에 대한 대중의 환멸 역시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나흘 남은 결선 투표에선 투표율이 상당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페제시키안 지지층의 ‘유권자 동원 경쟁’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2022년 히잡 시위를 겪은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개혁파에 대한 기대 심리가 살아나 콘크리트 지지층을 보유한 보수와 접전 양상이 벌어지면 투표율이 껑충 뛰어오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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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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