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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CCTV로 본 병원은 범죄현장, 경찰 수사엔 분노 치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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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 김형진(가명)씨의 전 부인 박지은씨가 지난 5월15일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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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손과 발, 가슴을 단단히 묶는다. 환자는 마치 십자가에 못 박힌 것처럼 침대에 결박되어 누워 있다. 299개 병상을 갖춘 작은 정신병원인 춘천ㅇ병원에서 환자는 구원받지 못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시시티브이 영상에서 환자는 매일 신음하고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다 서서히 죽어갔다. 의사도, 간호사도, 보호사도 적절한 구호조처를 외면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그 죽음의 동조자인 것처럼 보인다. 정신병원은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곳이다. 그러나 치료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꽁꽁 묶어놓고 방치하는, 고문에 가까운 일들이 지금도 어느 정신병원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른다. 한겨레는 3회에 걸쳐 정신병원의 격리·강박 실태를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한겨레

고 김형진(가명·45)씨의 전 부인 박지은(가명)씨에게 인터뷰 요청 편지를 보낸 것은 지난 1월 말이었다. 단호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던 박씨는 100일 뒤인 5월 초에 연락을 해와 취재에 응하겠다고 했다. “경찰의 수사 행태를 보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 긴 시간 언론과 접촉하지 않아 왔다”고 했다. 박씨는 형진씨와 2000년대 후반 이혼했지만, 사망 전까지 연락을 하며 정서적·경제적으로 교류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 진정을 내고 정보공개요청을 통해 수사기록 등 증거를 모으며 형사고소를 다시 준비하는 이도 박씨다. 다음은 지난 5월15일 등 여러 차례 인터뷰를 요약한 일문일답.



― 형진씨는 어떤 사람이었나.



“공무원을 하다가 그만두고 어머니 일을 도왔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남동생이 있는 춘천에 방을 얻어 혼자 살았다.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로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통원치료를 받았다. 본인의 병을 정확히 인지해 스스로 입원한 적도 있고, 제 권유로 보호입원을 하기도 했다. 본인이 복용하는 정신과 약물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통신제한을 당하지 않았다면 아마 춘천시청이나 인권위에 전화했을 것이다. 생전에도 인권위 구제절차 이야기를 많이 했다.”



― 형진씨는 2021년 12월27일 입원했고, 병원에선 아무에게도 연락 안 했다.



“그 하루 전 통화했다. 감정이 좀 불안한 것 같아서 물어보니 본인도 인정해 며칠이라도 자의 입원하라고 했다. 그러겠다고 했는데, 왜 응급입원이 됐는지 모르겠다. 12월 말경부터 1월 첫 주가 아들 진수(가명)의 대학 정시 원서 접수 시기라 정신이 없을 때였다. 2022년 1월1일 카톡을 보냈는데 답이 없었다. 아들의 지원대학 지원자 분석을 하던 1월6일 문득 ‘왜 답이 없지’ 의문이 들어 ‘주말에 춘천에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 시시티브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 어땠나.



“사망 당일에는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2022년 9월 말경 민사법원 통해서 처음 얻은 사망 당일 영상을 열지 못하고 있다가 2022년 10월 초 보면서 비명을 지르며 울었고, 다음날 직장에서 순간혈압이 높아져 119 응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건 누가 봐도 범죄행위였다.”



― 부검을 안 했다.



“부검 못 한 것에 대한 저의 뼈아픈 잘못이 늘 마음에 걸린다. 부검을 강력히 원했던 아들에게도, 너무 가엾게 생명을 잃으신 고인에게도 너무나 미안하다. 약물 과다투약복용을 증명하는 진료기록지가 있었고, 처음에 유족에게 경찰과 병원 모두 시시티브이 영상을 준다고 해서 시신훼손을 하지 않아도 진실이 드러날 줄 알았다. 사건 당일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심리 상태도 아니었다. 부검 안 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쓴 서류가 ‘병사확인서’인 줄도 나중에 알았다. 유족이 부검을 안 한다고 해도 경찰이 범죄 관련성을 의심하고 부검한 뒤 인지수사를 했어야 마땅하다.”



― 꼭 하고 싶은 말은.



“대중들이 정신질환이 있다고 하여 그렇게 묶어놓지 않았으면 사회에 해악을 끼칠 만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는 세상에서 환자의 생명과 정신건강을 지키는데 핵심 역할을 하는 정신병원은 폐쇄병동을 운영하기 때문에 환자의 인권 침해 예방을 위해 각별한 신경 써야 한다. ‘인권의학’ 을 실천하는 선량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의료권력을 칼처럼 휘둘러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을 빼앗은 사람들은 환자 곁에 있으면 안 된다. 인권유린 살인 행위가 정당한 치료로 인정되면 안 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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