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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도쿄도지사 선거에 기시다 명운 달렸다…여야 대리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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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0일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긴자 사거리에서 짧은 머리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렌호 도쿄도지사 후보가 거리 연설을 끝낸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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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여러분의 세금을 쓰겠습니다. 아이들과 시니어(노년층)가 안심하는 도쿄를 만들겠습니다.”



지난 30일 낮 1시20분께 백화점과 명품매장이 몰려있는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긴자 사거리. 짧은 머리에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렌호(56) 도쿄도지사 후보가 연설을 시작했다. 30도 가까운 무더위에도 긴자 사거리 한쪽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렌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이달 7일 치러지는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현직 고이케 유리코(71) 지사를 상대로 도전장을 낸 렌호 후보는 “여러분들과 도쿄를 위해 (고이케 지사를) 따라잡고, 앞지르고 싶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렌호 후보는 비자금 문제로 여론의 신뢰를 잃은 ‘자민당 심판’도 꺼내들었다. “나는 현직(고이케 지사)을 지원하는 자민당과도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만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정계 입문 전에 배우·민영방송 뉴스 진행자로 일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렌호 후보는 참의원 4선, 제1야당 대표를 역임한 유명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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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낮 1시20분께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긴자 사거리에서 렌호 도쿄도지사 후보가 연설을 시작했다. 30도 가까운 무더위에도 긴자 사거리 한쪽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렌호~’를 외치며 환호했다. 렌호 후보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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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도지사 선거는 거물급 여성 정치인의 경쟁이면서 사실상의 여야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향후 일본 정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두 후보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각각 여야의 지지를 받고 있다. 렌호 후보는 폭넓은 지지를 모으기 위해 최근 입헌민주당을 탈당했지만, 야당인 입헌민주당·공산당·사민당이 지원하고 있다. 지역정당인 ‘도민퍼스트회’ 고문인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공명당 등 여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의원 보궐선거(4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5월)에 이어 도쿄도지사 선거까지 자민당이 패배할 경우,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재선은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업무를 이유로 평일에 거리 유세를 하지 않는 고이케 지사도 주말을 맞아 분주하게 움직였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30일 도쿄 고토구 운하에서 배를 타고 선거 운동을 한 데 이어 오타구에 있는 제이알(JR)가마타역 앞 유세를 통해 8년 동안의 도정을 홍보하며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금메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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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에 도전하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30일 오후 도쿄 오타구에 있는 제이알(JR)가마타역 앞 유세를 통해 8년 동안의 도정을 홍보하며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금메달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고이케 지사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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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야를 대표하는 두 후보는 공약 등 정책에도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저출생 대책’을 부각하고 있으며, 렌호 후보는 ‘청년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문에 대해서도 입장이 다르다. 7년 동안 추도문을 보내지 않았던 고이케 지사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도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렌호 후보는 “아픈 역사”라며 추도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선거 종반을 달리고 있는 현 시점에선 고이케 지사가 56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앞서고 있으며 렌호 후보가 맹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은 28~30일 도쿄도 유권자를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와 자체 취재를 종합한 결과 “고이케 지사가 앞서고 렌호 후보가 뒤따르고 있다. 다만 유권자 중 20% 이상이 태도를 분명히 하지 않아, 정세가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민영방송 뉴스네트워크 제이엔엔(JNN)도 29~30일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 “고이케 지사가 약간 앞서고 렌호 후보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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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판세는 고이케 지사가 유리한 상황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8년의 ‘고이케 도정’에 대해 긍정 평가가 과반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도쿄도지사 선거는 전통적으로 현직이 압도적인 강세를 보여왔다. 도쿄도지사 선거는 1947년부터 2020년까지 21번이 있었고, 이 가운데 현직이 12번 출마해 모두 당선됐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재선보다 3선 도전에서 현직의 득표율이 10%포인트 이상 줄어드는 등 당선까지 험난하다”고 전망했다.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현직 무패’의 역사가 깨질 수 있을지, 도쿄 유권자의 선택은 딱 일주일 남았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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