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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마크롱, 승부수 실패? 프랑스 총선 '극우 1위 돌풍'…재정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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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하원의원을 뽑는 총선에서 예상대로 극우파의 돌풍이 확인됐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제1당 등극이 확실해지면서 프랑스 최초로 극우 총리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다음 주 2차 투표에서 극우파가 의석 과반을 달성할지가 관건이다. 주류 정당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후보 단일화 협상에 착수했다. 유럽의회 선거 패배 후 택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되레 정치적 위기를 부르는 자충수가 됐단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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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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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프랑스 내무부는 총선 1차 투표에서 RN이 주도하는 극우 연합이 33%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좌파 연합인 신민중전선(NPF)은 28% 득표로 2위를 차지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범여권인 앙상블은 20% 득표해 3위에 그쳤다. 현지 여론조사기관들은 극우 연합이 전체 577개 의석 가운데 230~305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좌파 연합은 120~200석, 앙상블은 90~125석을 차지하리란 전망이다.

1차 투표에선 RN의 실질적 리더 마린 르펜을 포함해 80명이 자신의 선거구에서 50% 지지율을 넘기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르몽드에 따르면 극우가 40명, NPF 31명, 앙상블 4명, 나머지 5명이다. 이대로라면 나머지 497석을 두고 오는 7일 2차 투표가 치러진다. 전직 대통령으로선 전례 없이 NPF 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한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지지율 37%로 1위를 기록했으나 과반 득표엔 실패해 2차 투표를 치르게 됐다.

1차 투표보다 더 중요한 게 2차 투표다. 프랑스에선 1차 투표에서 선거구별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없는 경우 득표율 12.5%를 넘은 모든 후보가 자동으로 2차 투표에 진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통상 극우 후보를 막기 위해 정치 성향을 넘어 후보들의 단일화가 이뤄진다. 프랑스 2차 투표가 극단 정당의 집권을 막는 보루 역할을 한단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극우 연합의 의석 과반 달성은 가능하되 유력하진 않은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이번에도 앙상블과 NFP는 극우 후보를 막기 위해 후보 단일화 협상에 돌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30일 성명을 통해 "결선 투표에서 RN에 맞설 수 있도록 폭넓은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화 전선'으로 불리는 이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당은 과감한 지출 확대를 공약한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 후보에겐 양보할 수 없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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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의원/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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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은 기세를 몰아 2차 투표에서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한단 구상이다. 르펜은 30일 군중들 앞에서 "프랑스 국민들은 오만하고 부패한 권력을 넘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가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면서 "2차 선거가 결정적이다. 나라에 필요한 개혁을 주도하기 위해선 절대 과반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제 관심은 RN이 최종적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느냐다. 조르당 바르델라(28) RN 대표는 하원 과반을 얻을 경우 기꺼이 총리를 맡아 내각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선 대통령이 다수당 출신을 총리로 임명하는 게 관례다. 다만 바르델라 대표는 소수정부는 꾸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CNN은 바르델라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RN이 의석 과반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이 좌파 연합에서 총리를 찾거나 아예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를 영입해야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N은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 정당이란 이미지가 있었지만 최근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높은 생활비, 이민 우려를 이용해 이민자 제한과 연료 부가세 인하 등을 내세우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국민들의 반감이 큰 마크롱 대통령의 연금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단 공약도 내놨다.

관측통들은 극우 내각이 탄생할 경우 마크롱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정국이 마비될 수 있다고 본다. 또 RN이 공약한 재정 확장 정책이 추진될 경우 프랑스의 재정 적자가 악화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RN은 마크롱 대통령이 언급한 우크라이나 파병에 반대하며, 러시아 본토를 때릴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제공도 반대한다.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조기 총선이란 도박이 실패하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단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RN이 압승하자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소집했다. 그러나 여당이 참패하고 RN의 돌풍을 재확인한 결과만 확인한 셈이다. 당장 대통령직이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극우파에 일정 규모의 권력을 나눠줬다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마크롱 대통령의 여당은 좌우 사이에서 무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날 금융시장은 유로화가 소폭 상승하는 등 일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시장은 총선을 앞두고 재정적자 확대를 공약한 좌파 연합의 승리와 극우 연합의 절대 과반을 가장 우려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지만 긴축 재정을 약속한 마크롱 대통령이 3위까지 밀려나면서 프랑스의 부채 증가 우려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5%로, 3% 이하로 유지하란 유럽연합(EU)의 지침을 따르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싱크탱크 몽테유연구소에 따르면 RN이 공약한 연료 부가세 인하와 연금 급여 확대 등은 연간 약 200억유로의 비용이 들 전망이다. 이는 2024년 정부 예산의 4~5%에 해당한다. NFP도 최저임금 인상과 생필품 가격 억제를 내걸었는데 이 경우 연간 재정 부담은 560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앞으로 가장 큰 위험은 RN 내각이 출범해 비용이 많이 드는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채권시장 매도를 촉발하고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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